라이킷 19 댓글 3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모

대강이의 모견

by 맥씨 Mar 23. 2025
아래로

<존재감만으로 모모를 표현하면 위 사진이 제격>



우리 집 큰 강아지 대강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 분(?)을 먼저 소개해야 하죠.


존재감이 커서 저절로 존칭이 나옵니다.^^ 몸무게 6킬로 밖에 안 되는 작은 개였지만 바쁜 엄마의 부재를 채우고 사춘기 딸들의 보호자 역할을 단단히 해냈죠.


처음 만났을 때 3~4개월령으로 보이는 흰털을 가진 작은 강아지였답니다.


작은 딸이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어린이가 길에서 강아지를 주웠으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반대로 키우지 못하고 학교에 데려왔더래요.

작은 강아지가 귀여워 아이들이 키워보겠다고 너도나도 집에 데려갔으나 한 집에서 이틀을 못 버티고 쫓겨나고 있었죠. 거리생활로 지저분한 데다 배변도 못 가리는 강아지를 냉큼 거두긴 쉽지 않죠.

결국 일곱 집을 돌고 돌아 우리 집에 와선 찰떡같이 눌러앉았답니다.

운명이었던 거죠.


딸아이는 반에서 일어난 일을 공들여 설명했고 결론은 그 불쌍한 강아지를 우리 밖에 구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나요.ㅋ  

간곡히 부탁하는 딸을 실망시킬 수 없어 모든 엄마들이 필시 내거는 공허한 조건, 모든 케어는 너의 책임이다를 약속하고 일단 데려 오길 허락했습니다.


(찾았다! 처음 본 모모의 첫 인상 빼박 그림)(찾았다! 처음 본 모모의 첫 인상 빼박 그림)



퇴근하니 딸이 설명한 대로 지린내 풍기는 못생긴 강아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시키러 나갔습니다. 어린 강아지가 떠도느라 배운 적이 없었을 텐데 첫날부터 발 끝에 딱 붙어서 절도 있게 산책을 했더랬죠.

음… 그렇게 우리 집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그 후 늘 그 자리에

든. 든. 하. 게. ,

(그 작은 몸으로 그런 든든함을 줄 수 있다니!)

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내내 지키고는,

15살,

갈 때가 되었다며 홀연히 별이 된 모모는,

대강이의 ‘모견’입니다.


이 사진은 모모가 12살 때 유선종양 수술 후 붕대옷을 입고 퇴원한 모습입니다. 젊어서는 하얗다 못해 투명한 눈부신 긴 털을 가졌었지만 나이 지긋해선 털발이 전 같지 않아 늘 짧게 해 드렸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모모는 싫은 건 저얼대 안 하는 카리스마 대단한 개님이셨지만 세월 가고 나이 들면서는 야들야들 순해졌습니다. 한편 규칙이 확고해서 실수 없고 뭘 원하는지 분명히 표현하는 성품이었어요. 사람 말을 하는건 아닌데 다 들렸습니다.

유독 거실 한가운데 앉아있길 좋아해서 조용한 사람 어르신 한 분 집안에 계신 듯 했더랬습니다.


단어 백개정도는 너끈히 이해하는 앞으로 소개할 대강이의 뛰어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은 모견인 모모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강이의 기억력은 모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었죠. 모모는 이해 못 하는 말이 정녕 없었으니까요.


매사에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모모.

모모와 함께 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 큰 강아지 대강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