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이의 모견
<존재감만으로 모모를 표현하면 위 사진이 제격>
우리 집 큰 강아지 대강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 분(?)을 먼저 소개해야 하죠.
존재감이 커서 저절로 존칭이 나옵니다.^^ 몸무게 6킬로 밖에 안 되는 작은 개였지만 바쁜 엄마의 부재를 채우고 사춘기 딸들의 보호자 역할을 단단히 해냈죠.
처음 만났을 때 3~4개월령으로 보이는 흰털을 가진 작은 강아지였답니다.
작은 딸이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어린이가 길에서 강아지를 주웠으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반대로 키우지 못하고 학교에 데려왔더래요.
작은 강아지가 귀여워 아이들이 키워보겠다고 너도나도 집에 데려갔으나 한 집에서 이틀을 못 버티고 쫓겨나고 있었죠. 거리생활로 지저분한 데다 배변도 못 가리는 강아지를 냉큼 거두긴 쉽지 않죠.
결국 일곱 집을 돌고 돌아 우리 집에 와선 찰떡같이 눌러앉았답니다.
운명이었던 거죠.
딸아이는 반에서 일어난 일을 공들여 설명했고 결론은 그 불쌍한 강아지를 우리 밖에 구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나요.ㅋ
간곡히 부탁하는 딸을 실망시킬 수 없어 모든 엄마들이 필시 내거는 공허한 조건, 모든 케어는 너의 책임이다를 약속하고 일단 데려 오길 허락했습니다.
퇴근하니 딸이 설명한 대로 지린내 풍기는 못생긴 강아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시키러 나갔습니다. 어린 강아지가 떠도느라 배운 적이 없었을 텐데 첫날부터 발 끝에 딱 붙어서 절도 있게 산책을 했더랬죠.
음… 그렇게 우리 집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그 후 늘 그 자리에
(그 작은 몸으로 그런 든든함을 줄 수 있다니!)
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내내 지키고는,
15살,
갈 때가 되었다며 홀연히 별이 된 모모는,
대강이의 ‘모견’입니다.
이 사진은 모모가 12살 때 유선종양 수술 후 붕대옷을 입고 퇴원한 모습입니다. 젊어서는 하얗다 못해 투명한 눈부신 긴 털을 가졌었지만 나이 지긋해선 털발이 전 같지 않아 늘 짧게 해 드렸어요.
모모는 싫은 건 저얼대 안 하는 카리스마 대단한 개님이셨지만 세월 가고 나이 들면서는 야들야들 순해졌습니다. 한편 규칙이 확고해서 실수 없고 뭘 원하는지 분명히 표현하는 성품이었어요. 사람 말을 하는건 아닌데 다 들렸습니다.
유독 거실 한가운데 앉아있길 좋아해서 조용한 사람 어르신 한 분 집안에 계신 듯 했더랬습니다.
단어 백개정도는 너끈히 이해하는 앞으로 소개할 대강이의 뛰어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은 모견인 모모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강이의 기억력은 모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었죠. 모모는 이해 못 하는 말이 정녕 없었으니까요.
매사에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모모.
모모와 함께 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