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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 Oct 23. 2024

파도는 몇 번을 치나

얼마 전 강릉 안목에서 일이다. 해변을 따라 길게 성된 커피거리. 다닥다닥 붙은 수많은 카페 중 한 곳에 들어갔다. 2~3층이 통유리창으로 되어있고 그 유리 너머 바다가 정면으로 보였다. 가 자리를 찾아 비 오는 날의 바다를 구경했다.  날부터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어 파도 거셌는데 파도는 언뜻 보아 계속 같은 모양으로 덮쳐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산을 쌓아오모래사장 가까운 곳에서 산이 무너진다. 그런 생각해 보니 파도는 한 번도 같은 모습일 수가 없었다. 내 눈에야 비슷한 위치에서 계속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 물방울보다 더 작은 원소들이 어떻게 같은 모습로 계속 파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자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누구인지, 내 모습이란 게 저 파도와 같지 않은지. 나란 허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거였구나 싶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나는 , 그날 수천수만 번 쌓였던 파도의 산과 같았다. 나는 물방울이지만 물방울이 아니었고, 파도지만 파도가 아니었다. 도가 되었다가(그것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물이 되었다가 산소가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었다가... 그렇게 나는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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