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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Nov 15. 2024

행복의 맛

달콤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맛

과자 파티가 시작됐다.

분주하게 과자를 나눠주고 숨을 돌리는데

우리 반 한 친구가 다가온다. "선생님 아~"

내 입에 과자를 쏙 넣어준다. 

그걸 보더니 너도 나도 달려온다.

내 입 속에는 여러 가지 과자 맛들이 섞인다. 

달콤한 맛, 짭짤한 맛, 고소한 맛까지. 

내가 알고 있던 각기 다른 맛들이 하나하나 

느껴지며, 그 맛들이 어우러져 하나로 섞인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닫는다. 

아,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행복을 먹고 맛보는 것이라면, 

아마 이런 맛이 아닐까.

과자 파티를 하기로 한 날, 과자를 나누기 위해 그릇을 꺼냈다. 그 순간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과자 봉지를 부스럭거릴 때마다, 아이들의 귀가 쫑긋 세워지며 자연스레 나에게 집중한다. 공부 시간에 그토록 "선생님에게 집중!"을 외쳤건만, 과자 봉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이렇게 바로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다니, 어째 좀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도 과자라면 입꼬리부터 올라가는 사람이라,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과자 앞에서 내 얼굴도 아이들처럼 환해지겠지.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과자를 나눠주기 위해 내 손과 마음은 한껏 분주해진다. 
과자가 그릇에 담길 때마다, 하나라도 더 담기기를 바라는 간절한 아이들의 시선에 나는 과자 봉지만 바라보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쓴다. 한 명씩 과자를 받을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다. 그렇게 과자를 다 나누고 나면, 후~ 하며 미션을 완수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제야 나는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며, 아이들이 과자를 손에 쥐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과자가 몸에 좋다면 정말 몇 번이고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왜 과자는 몸에 그렇게 좋지 않을까? 과자가 좋다면, 나도 아이들도 한없이 먹어도 좋을 텐데... 그렇게 괜히 과자 봉지를 착착 펴면서 딱지 모양을 접어본다. 
딱지 접기를 하다 다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맛있게 먹으라는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 다현이는 '선생님도 먹고 싶어 하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니면 혼자서 먹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다현이는 얼른 과자 하나를 집어 "선생님 아~" 하고 내 입에 쏙 넣어준다. 나는 에이, 괜찮은데 다현이 먹지~ 하며 또 숨길 수 없는 미소로 과자를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은 너도 나도 달려와 내 입에 과자를 하나씩 쏙쏙 넣어준다. 기특한 녀석들. 아까 그렇게 소중하게 바라보던 과자인데, 아무 고민 없이 선생님 입속에 넣어준다.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입안이 과자로 가득 차서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본다. 
물론 과자를 먹느라 바빠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은 또 왜 이렇게 귀여운지! 그럴 땐 나는 일부러 다가가 "선생님 아~" 하고 장난을 친다. 그러면 아이들은 고민도 없이 과자를 나에게 나눠준다. 괜히 미안해져서 그 마음을 숨기려, "흐음, 이 과자가 이렇게 맛있었나?" 하고 더 크게 리액션을 했다.
내 입 속에는 여러 가지 과자 맛들이 섞인다. 달콤한 맛, 짭짤한 맛, 고소한 맛까지. 내가 알고 있던 각기 다른 맛들이 하나하나 느껴지며, 그 맛들이 어우러져 하나로 섞인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닫는다. 아,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행복을 먹고 맛보는 것이라면, 아마 이런 맛이 아닐까. 물론 행복의 맛 뒤에는 청소라는 작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저기 과자 부스러기가 남겨져 있지만 그것에 신경 쓰다 행복의 맛을 놓칠 수는 없다. 일단 이 행복을 누려야겠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들은 나에게 미소와 사랑, 행복을 전해주다니! 그렇게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따뜻함과 순수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비록 진부한 표현일지라도, 정말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이들과 과자를 먹으며 웃고 떠드는 이 순간이 바로 행복이었으니까. 

과자 한 입, 아이들의 미소 하나하나,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순수한 마음들. 

그것이 진짜 달콤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행복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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