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본 냥이는 호기심은 가득하지만 그만큼 경계심도 강했다. 날 보는 눈빛은 반짝반짝 말을 걸어오고 있었지만 내가 한발 다가가면 재빨리 두걸음 뒤로 빠지는 밀당의 귀재.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한 이후로 냥이는 공원의 두군데 밥자리를 적절히 옮겨가며 꿋꿋하게 길 생활을 이어왔다. 공원 밥자리가 비교적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자리라고 소문이라도 난 건지, 동네 고양이들이 숱하게 공원 밥자리를 찾아왔다 사라지곤 했다. 우리 냥이는 나름 공원 밥자리의 정기 고객인데 그 숱한 길고양이들 중에 한번씩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뉴페이스 고양이에게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는 고양이의 습성대로 조심조심 탐색하고 그러다 한발씩 다가가고, 드디어 둘만의 신호.교감이 통하면 드디어 친구가 되곤 했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폴짝거리며 장난도 치고, 잡기놀이도 하고, 사냥놀이도 하고.
하지만 그런 즐거운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냥이와 어울려 밥 먹고 놀던 뉴페이스가 어느날 사라지기 일쑤였다. 고양이가 원래 무리가 아니라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이기도 하고, 한 밥자리에 정착한다는 것 자체가 길고양이에겐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해서일 터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밥자리를 기웃거려봤는데 더 센 녀석에게 쫓겨난다거나, 더 좋은 밥자리를 발견했다거나, 맘에 맞는 고양이와 눈이 맞아 떠난다거나.
어렵게 친해진 고양이 친구가 사라질 때마다 난 우리 냥이가 안쓰러웠다. 마치 친구를 너무 좋아는 하는데 친구가 없고, 또 어떻게든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에게 마음을 다 줬지만 또다시 홀로되는 외톨이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이랄까 (과몰입 안습). 우리 냥이에게 직접 물어본 건 아니지만 친구가 떠나 외로워 보였고 아쉬워 보였다. 나같은 사람 친구, 혹은 캣맘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겠지.
그러면 난 좀 더 다정해진다.
냥아~ 흰 고양이 어디 갔어? 이제 안 와?
흰 고양이 안 와서 심심해? 외로워?
야옹~
괜찮아. 담에 더 좋은 친구 찾아올거야.츄르나 하나 먹장~
야옹~
이런 위로의 대화를 나누며 우리 냥이가 좋아하는 간식 하나를 더 건네곤 한다.
이런 시간들을 지나온 지 3년. 이런 우리 냥이에게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 일명 치즈라 불리는 노란 고양이!
치즈 이야기는 2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