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라모트는 『쓰기의 감각』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당신에게 가장 창작의 욕구를 불어넣었고 당신이 가장 즐겨 읽은 작가들에게 책을 써서 돌려주라.”
이 말을 가슴에 타투처럼 새기고 책을 집필했다.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내 책을 받고 눈, 코, 입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놀라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꼬박 밤을 새우며 열심히 작업했다.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잠을 자고 출근한 적도 여러 번이다. 한 네 번은 그런 거 같다.
책이 출간됐다. 출판사에서 열 권을 보내줬다. 분홍색으로 예쁘게 디자인된 표지를 눈으로 즐겼다.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 보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책의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굉장히 중독적인 냄새다. 책의 무게 369g을 왼손으로 느끼면서 오른손으로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겨봤다. 각 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글자들이 고생한 흔적들, 뚝뚝 흘려 번진 핏자국처럼 보였다.
아이폰의 메모장에 들어갔다. 제일 첫 번째로 보이는 ‘내 책 받을 사람들’을 터치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3학년 부장님 등의 이름이 보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적혀 있는 이름, 아우라와 위엄이 느껴지는 그 이름. ‘강원국 작가’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원국 작가를 만났다. 책이 출간되고 이틀 뒤였다. 동네 서점에서 강원국 작가를 초청해 준 덕분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예상대로 백발이었다. 단정한 머리 스타일이었다. 매 순간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웃상’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원국 작가님.”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고 힘주면서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강원국 작가가 인자한 미소를 보이면서 나의 인사에 답했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성장도 복리가 됩니다』입니다. 제 책에서 강 작가님이 많이 언급되십니다.”
나는 책의 표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강원국 작가에게 책을 건넸다.
“꼼꼼하게 읽어볼게요. 저를 좋게 써주셨죠? 나쁘게 쓰신 건 아니죠?”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강원국 작가가 말했다. 그리고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강원국 작가의 강연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하하 호호, 웃으면서 강연을 들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끊김 없이 말하는 강원국 작가의 ‘말발’이었다. 그 말발을 모두 교무수첩에 받아 적었다.
강연이 끝나고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교무수첩에 메모한 것들을 얼른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던 메모들을 일렬종대로 집합시켰다. 그 1시간 30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열여덟 가지 메시지로 요약됐다.
1. 책을 쓸 때 독자를 배제시키지 마라. 독자를 생각하고, 독자를 향해 써야 한다.
2. 올바른 질문은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대방을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
3. 상대방이 빛이 나도록 하라.
4. 사람에게서 배워라. 본받으려고 하라. 그게 성장하는 길이다.
5.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6.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글로 써라. 제3자 관점에서 보게 될 것이다. 해결책이 눈에 보일 것이다.
7. 공부하라. 공부는 생존이다.
8. 공부란 기억을 쌓는 과정이다. 지속적인 공부는 더 좋은 기억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9. 공부를 통해 남보다 좋은 기억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10. 이제는 '쓰기'다. '읽기'와 '듣기'에서 멈추면 안된다.
11. '쓰기'는 새로움을 만드는 능력을 키워준다. '읽기'와 '듣기'는 모방과 복제 능력만 키워줄 뿐이다.
12. '반사체'가 되지 말고 '발광체'가 돼라. 반사체는 누군가에 의해 빛을 내는 사람이다. 스스로 빛을 낼 줄 모른다. 즉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발광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다. 스스로 빛을 내려면 나의 글을 쓰고, 나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13. 접속부사(그리고, 그리하여 등) 없이도 읽히는 글을 써라.
14. 나의 경험을 책으로 공유하라. 남들과 경험을 나눠라.
15. 자기 이름을 내건 일을 하라.
16. 불운은 지나간다. 그러고 행운으로 돌아온다.
17. 한 대도 안 맞는 인생은 없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18.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을 읽어봐라.
이 메시지들 중, 나의 가슴을 울리는 한 줄이 있다. 바로, ‘반사체’가 되지 말고 ‘발광체’가 돼라,는 문장이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누군가의 빛에 의존해 살았는지, 스스로 빛을 내면서 살았는지 곱씹어 보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반사체였다.
당신은 반사체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발광체로 살고 있는가?
- 작가 이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