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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Sep 10. 2024

虛氣(허기)

虛氣     


마른 손바닥 위에

보이지 않는 사과 하나

쥐었다.     


당연하게도 

무게 한 줌 느껴지지 않는

붉은 사과는 망막보다 깊은

시신경에 떠있다.     


손 위에 올라온 망막 안쪽 과실

주린 배와 타는 목 긁어대고

없는 사과를 있다고 믿은 끝에

허기와 식욕을 만들어 낸다.     


마침내 손에 사과가 없다는 것조차

잊어버리자

무게 한 줌 느껴지지 않는

사과를 두고 

풍족한 굶주림에 겨운

미소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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