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과 안면이 두터울 듯 높은 나무
좌로 흐르는지 우로 흐르는지 모를 강물
푸릇함이 채 가시지 못한 너른 산을
한 눈에 펼쳐두고
가느다란 낚싯대 내던지다.
투박한 소리 내며 강물로 내려간 바늘
물에 녹아버렸는지 산바람에 흩어져버렸는지
낚싯줄은 온 데도 간 데도 없고
오직 가녀린 찌만이 어미 잃은 아이처럼 물 위에
덩그러니 서있다.
바람도, 구름도, 강물도, 낙엽도 흘러가는데
어느새 뜬 달에게 인사도 없이
나와 나무와 찌만이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