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 Aug 29. 2024

황혼

황혼     


나의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이 절벽 끝에 모여섰다.

저마다 손을 잡고 어깨와 허리에 손을 두르고 기다리는 이들의

기대감 어린 눈동자 위로 생의 끝에 선 죽음의 빛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나는 이곳에 왔다.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던 나의 삶이

들판의 안개꽃 피워냈으니

제법 알차게 속이 오른 감의 당당한 낙하는 보지 못했으나,

골방의 쇠약한 시인이 보고 웃을 푸른 하늘 빚어냈으니

약속한 호흡이 턱밑까지 차올라 숨을 헐떡이며 

나는 이곳에 섰다.     


마침내 시작되는 주황빛 소멸, 나는 빠르게 수면 아래로 침전한다

빛을 잃어가며 차가운 물 아래로 식어가는 초라한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뼈저리게 느껴지는 깊은 수치심과 모멸감에 최후의 발버둥은

더 짙고 커다란 그림자를 그려나가고 수면엔 삶의 끝을 바라보는

거친 손톱자국이 깊게 드리운다.


더욱 촉촉하게 빛나는 사람들의 눈망울     

나의 절박함이 내비칠수록 행복해하는 사람들

아직 나의 몸부림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전해도 좋다.

이곳에서 본 나의 죽음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가장 처절한 삶에 집착이었다고

이전 03화 訴人(소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