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한 잠기운을 못이기는
지난 새벽
어스름 주황빛 발길에 차여
주섬주섬 일어나 사라져간다.
물 먹은 몸을 부르르 떠는 풀잎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간밤에 다녀온다던
여름바람은 여즉 소식이 없다.
하늘에서 내린 맑은 물
한껏 담아낸 웅덩이엔
다시 만난 물방울끼리 반갑다며 엉기고
습기에 흐릿해진 하늘에
길게 팔을 뻗어 닦아내자
닦아낸 길 따라 색동 자국 피어난다.
이제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
주황빛 발걸음으로
새벽 몰아내며 오는
너를 향해 두 팔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