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자가 되기로 결심하다.
꽤 유망한 학생이었다.
명석한 머리를 타고나진 못했지만 노력파로 인정받는 나름 모범생.
모의고사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지만,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일 뿐.
물수능의 여파로 원하던 과를 가지 못하고 나름 만만했던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냥저냥 1학년을 보내고 맞은 겨울방학에 현실을 깨닫고 며칠째 밤잠을 설쳤다.
'아... 뭐 해 먹고살지?‘
나름 사회의 한파를 일찍 깨달은 걸까?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 까마득하고 막막했다.
국어국문과를 나와서 뭘 하지? 지금 우리 과엔 나보다 글 잘 쓰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등단? 너무 먼 이야기 같은데...
그렇게 며칠째 꼬박 밤을 새워 고민했지만 당장 결론을 내지 못하고 2학년이 시작되었다.
신세 한탄과 의미 없는 수다로 1학년을 보내고, 걱정과 막막함으로 맞이한 2학년.
어김없이 술과 수다로 어떡하지, 어떡하지를 반복하다 갑자기 툭 던져진 친구의 한마디.
"사회복지학과 복수 전공해 볼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나오고, 1급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단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면 복지국가 아니야? 더구나 유망직종 중 하나가 사회복지사라는데.
무엇보다, 수백만 원이 드는 등록금을 내고 학위 하나만 가지는 것 보다 두 개 따면 좋잖아?
단순한 생각으로 복수전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다 되지 않는 것.
성적순으로 한 해에 단 4명만 복수전공자를 받고, 복수전공 신청 전에
사전 수강 전공필수 과목이 정해져 있었다.
부랴부랴 전공필수과목을 포함해서 시간표를 다시 짜고 사회복지가 도대체 뭔지
비전공자로서 복수전공을 위한 사전 수강과목을 수강했다.
그렇게 1년 후, 복수전공 합격자 발표일.
함께 수강했던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복수전공 승인이 떨어졌다.
혼자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혼자 복수전공을 하게 되어
친구도 나도 서로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난 사회복지복수전공자가 되어 있었다.
모든 중요한 일들은 순식간에 얼렁뚱땅 결정된다고 했던가.
친구의 한마디가 나를 사회복지의 길로 인도할 줄은 까맣게 몰랐고,
학위 하나 더 따놓으면 좋지~ 했던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사회복지가
내 젊은 날의 업이 될 줄은 몰랐다.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았고
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고
하다 보니 18년째 사회복지사 인생은
사회복지 복수전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