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세상, 보통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나 기간에 상관없이 솔로들 앞에서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커플들을 애정행각을 보고선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오글거리지만 동시에 부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건 잔뜩 찡그린 내 미간이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도 저 감정이 뭔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기분일까? 아니, 그건 조금 무서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의지하는 기분이라 별로다. 그렇다면 다른 건 다 안 보이고 상대방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 걸까? 이건 조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4월에 벚꽃이 피는 시점에 생각해 보면 휘날리는 꽃비에 주변이 핑크색으로 변하면 가장 가까운 상대에게 집중하게 될 테니까. 근데 그럼 한철만 그런 거잖아. 조금 더 유지성이 강한 느낌을 찾고 싶다.
그런 생각들로 갤러리를 뒤적이던 중에 저 사진을 찾았다. 23년도 7월에 칵테일바 옥상에서 찍은 사진인데, 저 날이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엘리멘탈을 보고 나와서 여운이 남아 감성에 젖은 채 핑크색 피치크러시를 마시던 중에 우연이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찍은 사진이다. 난 저 순간의 내 기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7월이었음에도 꽤 덥지 않았던 저녁시간대였고, 루프탑의 장점만이 남아있던 해 질 녘이었다.
그리고 저 사진은 저 날부터 나에게만큼은 핑크빛 세상을 설명해 주는 사진이 되었다. 후에 제대로 된 핑크빛 세상을 느낀다면 저 하늘을 바라봤을 때와 같이 벅차오르는지, 혹은 아예 다른 감정일지, 아니면 저 하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슴 가득히 벅차오르는 감정만이 남는지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노력해 보도록 하겠다.
근데 뭐 생각해 보면 아마 그 핑크빛 세상이라는 건 결국에 설렘이라는 감정의 가장 큰 설명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상대방을 보면 설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좋은 상대방과 함께 있다는 것, 그런 상대방과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상대방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도 나를 보며 느낀다는 점에서 오는 복합적 설렘의 완전체라고 생각한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너무 행복해서 설명할 도리가 없다 등 여러 표현들은 많지만 무엇하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아마 너무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에 어떤 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추상적인 설명을 뱉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를 정도의 강력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음, 확실히 부럽긴 하다. 연애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차이는 이 감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핑크빛 세상을 하나도 모르는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히 외로운가 보다. 이 책의 표지사진과 이 글의 표지사진이 같은 것만 봐도 나는 이 글에 아주 큰 의미를 담고 있듯이 말이다. 내게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준 감정이자 나를 연애에 적합하도록 노력하게 못을 박은 사진이 담긴 글이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나 보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말 두서없이 작성한 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글이라는 게 자유로운 것이기에 매력적인 것이지만, 이렇게나 신나서 글을 두서없이 작성한 건 고등학생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만큼 벅차올라서 글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저 감정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글의 전개가 깔끔하지 못한 만큼, 저 감정들도 정리가 되지 않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