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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Sep 04. 2024

02. 사랑과 여유의 상관관계

 수많은 연인들의 이별사유들 중 하나는 '상대방을 만날 여유가 없음'이다. 하지만 과거의 어린 나는 여유가 어떤 여유를 말하는지도 몰랐고 '여유가 없다'는 말은 '널 사랑하지 않는다'의 다른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아서 그 발언들에 분노하고는 했다. 누구는 그 연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갖가지 노력을 다 하는 중인데 너무 쉽게 힘들게 맺은 인연을 놓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이유이기에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흥미를 잃어 헤어지는 경우 등 수많은 상황에서도 손쉽게 핑곗거리로 자리 잡은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흔히들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수많은 여유들을 찾을 수 있다. 어린 학생 때일수록 경제적인 여유가, 직장에 자리 잡기 직전인 사회초년생들에겐 추가로 시간적 여유도 사라지고 어찌어찌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가정사나 개인적인 감정들로 인해서 나 스스로의 마음속에 타인을 들일 여유는커녕 벽을 세워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여유를 많이들 말한다.


그래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해봤다. 사실 연애를 넘어서서 연락도 잘 안 하는 사람이다 보니 집에 들어오면 남는 게 시간이었던 모태솔로 INFJ는 상상만으로도 타인의 감정을 간접경험이 가능한 파워 N답게 온갖 상상이 다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사례를 찾아보고 유명 유튜버들의 연애상담 콘텐츠 등을 다 챙겨보면서 조금이나마 상상을 해봤다. 비웃으며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난 진지했다.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여유가 없다면 사랑을 하지 못하는 걸까?'였다.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진다면 그동안 연인과 보낸 시간들과 추억들은 그 잠깐의 힘듦에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에 '사랑'이라는 것은 가장 나와 가깝고, 상대방을 챙기는 것도 나를 챙기듯이 가장 소중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내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대방이 환승연애를 준비 중인 게 아니라면, 그 힘듦이 지나갈 때까지는 연락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대화나 만남의 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곁에 머물기만 해도 나에게 힘이 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힘듦을 이 사람으로 인해 이겨낼 수 있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내일 하루를 또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그런 존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이라면 흔히 학생다운 데이트라고 불리는 산책이나 한강피크닉, 하교 후 집 앞 공원 데이트 등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연애를 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사라지면 잠들기 전 연락 한마디 한마디에 더 정성을 쏟거나 어쩌다 한번 만나는 날이 왔을 때 확실하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보내면 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내 마음속에 여유가 단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을 때는 쉽사리 만나라고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는 본인이 너무 예민하고 힘들어진 나머지 주변인에 대한 배려도 가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연락도 안 하고 만나지도 않는다면 상대방에게는 신경만 쓰이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랑은 나도 중요하지만 둘이 하는 것이니까, 둘 중 한 명이라도 고통스러워지고 마음이 소진되면 더 이상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지막 경우에 실수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보통 나 스스로 여유가 사라지면 인생 그 자체에 대해서 권태감이 오고는 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아 지금 권태기구나, 내가 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더 이상 이 관계는 발전이 없구나'라고 권태감이 오자마자 착각에 착각을 거듭하며 머릿속으로 오류들을 정답이라고 단정 짓게 된다. 마음의 여유에서 오는 권태감은 대화로 충분한 기간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을 때는 충분한 대화 후 이별을 맞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법이지만, 그런 것들이 아니라면 나는 한번 밀어붙여보라고 얘기할 것 같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 남/여자는 많다지만 그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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