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어, 네가 오기까지.
네가 올 줄 알았냐고? 그럼, 당연히 알고 있었어.
오해하지 마. 너만 기다리면서 산 건 아니니까.
에이 참, 스토커 그런 거 아니래도 그러네.
넌 늘 불시에 찾아와. 그리고는 당연하단 듯이 내 마음에 불을 지펴.
그럼 그다음엔 뭘 하는지 알아? 한동안 장작만 계속 넣어
가끔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름도 들이붓잖아.
너 그건 기억나? 왜 있잖아 나 초등학교 다니던 때.
네가 갑자기 내 마음에 기름을 쏟아부어서는
내가 걔한테 고백 안 하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잖아.
결국 너 때문에 고백했다가 대차게 까였다.
진짜 그 이후로 한동안 네가 못 찾아오게 막았잖아.
그래도 난 너 못 내치겠더라.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냥 기름만 붓지 말고 은은하게 불멍이나 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알아서 장작 넣고 기름 부을게.
너무 오글거린다고?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다 하네, 많이 컸다 너도.
그래 알았어. 이제 뭐라고 안 할게, 그러니까 편하게 와.
근데 지금은 불 좀 피러 와주면 안 될까.
나 세상이 너무 차갑고 삭막한데, 너 없으니까 너무 힘들다.
금방 온다고 믿을게. 다음에 또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