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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아스팔트 위를 하얗게 뒤덮은 눈의 탑들 위로
누군가 이어놓은 듯한 발자국 한 줄.
어딜 가는 길이었을까,
이 눈발을 뚫고 갈 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
꽤나 세게 내린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을 따라
밟힌 채 모양 잡힌 것들은 가장 먼저 얼어붙기 시작한다.
눈싸움을 할 때, 시린 손으로 어떻게든 단단히 뭉친 눈뭉치들처럼
무심코 걸은 걸음에 밟힌 눈들은 서로 단단히 뭉쳐 얼어버렸다.
빗자루에 잘 쓸리지도, 눈삽에 잘 걸려 떨어지지도 않은
그런 눈뭉치는 얼음뭉치가 되어버렸다.
발자국들은 밟혀 죽은 수많은 눈들의 무덤일까,
아니라면 고통에 버티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일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라면
난 눈에게서 삶의 의지를 배우겠다.
비록 아무 의미 없는 일일지라도
모두가 코웃음 치며 비웃더라도
난 그런 너희들에게 삶의 의지를 배우겠다.
그렇게 난 오늘 하루도 새로이 살아보겠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아보겠다.
내가 살아 숨 쉬는 오늘이
누군가 간절히 바랐던 내일임을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