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시렸다
팔뚝을 문지르다보면 마른 가지만 남는다
어느새 잎은 다 떨어져버렸다
어릴 때부터 추위를 탔다
시선을 내리면 웅크린 동그란 그림자가 생겼다
기억하는 보통의 날은 살을 엘 듯한 바람이 불었다
움츠러든 상태로 졸음을 쫓다 고개가 꺾일 때면
또 다시 뺨을 긁는 날카로운 비에
두 눈을 번쩍 뜨고 발바닥에 힘을 줬다
빗물을 당분으로 삼아 몸집을 부풀린다
거친 바람을 국처럼 들이마시며 미지근한 흐린 밥을
어떤 날은 몸을 뎁히는 주황빛 태양 밥을 먹었다
그러는동안 통통한 배가 부풀어 올랐다
매끄러운 배를 소중히 감싸고 따뜻한 잎으로 이불을 덮는다
토닥토닥. 하얀 눈도 고요하게 자장가를 부른다
빗방울과 거친 바람 쨍한 태양 모두를 덮는
조명이 꺼진 단단한 상자속 어둠에 갇혀서야 졸음이 몰려온다
씁쓸했던 계절 끝 달콤한 휴식을 맛본다
마침내 따뜻하고 안락한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동안 묵묵히 삼킨 떫은 시간을 양분 삼아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혀끝에 달디 단 즐거움이 되었다
*
기존의 단감 나무의 열매 甘柿(甘柹) 감시를 떠올려보다가
甘 달다를 의미하는 ‘감’ 글자와
感 느끼다, 감동시키다의 ‘감’ 글자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