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무덤 방문왔습니다. 마치 이것은 천국의 계단 쇼생크 탈출
이 계단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내려가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죠.
이 계단이 몇 개가 더 있는데도요? 당연하죠.
그러면 내려갔던만큼 깊숙한 지하에서부터 다시 올라와야하는데도요?
당연하죠.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되잖아요?
카이로박물관부터 이집트 여행시 관람을 위해 입장했던 곳들의 티켓을 모았다. 이렇게 티켓 뒤에는 신전, 피라미드, 박물관등의 그림이 그려져있고 뒤쪽에는 간단한 이름과 설명, 입장 비용이 기재되어있다.
이 날은 왕가의 계곡을 둘러보는 날이었다. 여행하는동안 날씨는 늘 언제나 따뜻하고 맑았다. 한마디로 완벽했다.
왕가의 계곡을 둘러보던 하루가 생각난다.
쉽게 말하면 아주 오래전 고인이 된 조상님들의 무덤이라고나할까.
우리가 흔히 들어본 투탕카문, 그리고 네페르타리 무덤에 직접 가 볼 생각에 들떴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이집트를 올 때만 해도 단순히 피라미드 그 하나가 유일했는데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스핑크스도 볼 수 있겠지? 그러고나면 신전도 몇 개 보겠지? 하던 것들이 점점 부피와 무게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관광하며 또 잊지못할 여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짐했다.
네페르타리 무덤은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또 100퍼센트냐하면 그건 아닌 것이, 관리자에 따라 다르고 얼마의 팁을 얹어주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끔 눈을 감아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먼 나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팁으로 챙기는 금액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불법이라면 촬영하지 않았을텐데 또 그건 아닌 모양이다. 대신 정해진 시간 안에서 관람을 짧게 하고, 사진 촬영도 빠르게 하고 나가야한다. 무조건 나가야된다. 끌려나가기전에 말이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손에 쥔 휴대폰을 들고 눈에 불을 켰다. 제발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게 내 휴대폰아,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줘.
네페르타리 무덤은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아닐까 싶다. 피라미드도 유명하고 스핑크스도 유명하지만 그 다음으로 유명한 곳, 우리가 이집트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화려한 색채로 물들인 벽화와 상형문자, 각종 이집트 고대 글자와 그림들이 가득한 곳. 입구를 내려가는동안에도 떨림이 가득했다. 다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 이 네페르타리 무덤은 관람시간 10분으로 제한된다. 무덤 앞을 지키고 계시는 관리자분께서 관광객들을 줄을 세우고 각각 인원 수에 맞춰 그룹으로 나눈 후에 들여보내준다.
오시리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풍요, 농업, 내세, 부활, 생명을 다스리는 신으로 사후세계를 믿는 이집트의 종교에서 죽은 사람을 다시 깨운다고 믿었다. 오시리스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왕이었지만 이것을 시기한 세트에 의해 살해당하게 되는데 이때 오시리스의 시체는 나일강에 뿔뿔이 흩어져 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아내이자 누이인 이시스에 의해 부활하게 되는데 이미 죽은 상태라 지상이 아닌 저승세계의 왕으로서 죽은 자들을 재판하는 역할을 맡게되었다고 한다. 이후 오시리스는 부활과 재생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페르타리 무덤을 들어가자마자 오시리스 벽화뿐만 아니라 좌우, 천장 가득 화려한 벽화가 시선을 압도하는데 무덤을 둘러보며 했던 생각들은 도대체 얼마나 상대를 아끼고 사랑했으면 이렇게 한 사람을 위한 무덤을 지은걸까. 물론 명예든 권력이든 과시욕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시대의 진정한 사랑꾼이었을수도있다.
나도 누군가를 죽을만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위해 이런 무덤을 지어줄 수 있을까?
혹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땅 값이 어쩌고 집 값이 어쩌고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풍요의 열쇠, 앙크부터 시작해서 고대 상형문자와 고대 이집트의 여러 신들의 모습이 새겨져있는 벽화를 보면 이 오랜 시간 훼손되지 않고 색과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그 옛날 도대체 어떤 기술로 이렇게 만들어냈을까를 생각하다 관뒀다.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닐테다. ‘네프티스’ 그리고 ‘이시스’가 그려진 벽화를 둘러보다 아누비스와 호루스가 그려진 곳에서 한참을 서있기도 했다. 그래봐야 이 모든게 10분 이내였다. 참고로 이시스는 모성, 마술, 생산 등을 다스리는 신이며 네프티스는 죽음과 비탄을 의미하는 신으로 알려져있는데 이집트 고대 신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으니 이만 해야겠다.
무덤으로 내려가는 계단들이 대체적으로 폭의 차이, 길이의 차이는 있지만 이걸 시작으로 하루 반나절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왕가의 무덤을 관람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감사히 입장했다가 꾸벅,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 후에 나왔다. 그래야 뒤탈이 안 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착하게 살게요.
투탕카문 무덤도 방문했다. 너무도 이른 나이에 요절한 투탕카문. 황금 가면이 유명하지만, 그 황금 가면은 다른 박물관에 보존되어있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있다. 물론 두 눈으로 보고 오긴 했다. 처음에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서 아쉽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플래시를 비추며 사진을 찍다보면, 그리고 또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방치되어있다면 도난의 위험도 있으니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도 생각된다.
9살에 즉위하여 통치하다 18세, 어린 나이에 요절한 투탕카문.
이를 두고 미스테리도 많지만 정확하게 사실로 알려진 것은 없다.
투탕카문 무덤은 내려가는 계단 자체도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손잡이를 잘 붙들고 내려가야했다. 그리고 여기서 느꼈다.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기 위한 예행연습이다, 이건 1/10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계단이다. 마인드컨트롤을 외치며 내부로 들어갔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은 아니었는데 관광객의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무덤 안에 관리자분이 항시 대기를 하고 계시고 조심스럽게 촬영을 하고 관람 후에 바깥으로 나왔다.
18세 어린 나이에 요절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무덤에 비해 크기도 작고 미라도 왜소하다. 그 오래전, 어떠한 이유로 요절을 하게 되었을까. 또 살아생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과는 시대가 다르니 18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조금 다른 구석은 있겠지만 그럼에도 18세, 나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너무도 작고 왜소했다. 발굴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투탕카문. 이렇게 깊숙한 곳에 숨겨져 비밀리에 안치되야했던 그 시대 상황을 추측해볼 뿐이다.
각각의 왕가의 무덤과 계곡은 입장료가 있다. 가격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그 안에 새겨진 벽화도 다르고 느낌도 다 달랐다. 가능하면 언제 또 이곳을 올까 싶어 웬만한 무덤은 다 방문해보려고 했다.
하늘이 푸르렀고 햇빛에 반사된 계곡이 정말 아름답고 멋졌다. 관심없는 사람들이 본다면 뭐, 흙빛이네. 하고 말 풍경이었는데 나에게는 너무도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고 모래바닥을 밟는 것도 반짝이는 크리스탈 가루를 내 발에 묻히는 것만 같은 값지고도 화려한 발걸음이자 발자국이었다.
이 먼 땅에서,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기 참 힘든 환경이었는데 나이가 젊으신 것 같은 아기 엄마분을 만나게 됐다. 가족 여행을 오신 것 같았는데 혼자 두리번 거리며 셀카 구도를 찾고 있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셨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혹시 한국인이세요?를 시작으로 사진 찍어드릴까요? 어머나 세상에, 네 그렇다면 감사합니다!로 이어지며 빠르게 열댓장의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복 받으실거예요. 먼 곳에서 만난 동지가 이런 기분인걸까. 또 한번 느꼈다. 우리 한국인은 정말 친절하고 정이 많고, 사진을 잘 찍어주신다는 것!!(현지 이집트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팁을 내야합니다... 그게 문화라고합니다. 저도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꽤 있었습니다.)
메렌프타의 무덤, 이 곳 계단의 명성이 자자했다. 노약자분이나 체력이 약하신분들은 가능하면 다른 무덤을 구경하라고 했다. 괜히 더 오기가 생겼다. 아니요, 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꼭대기로 올라가고 올라간 끝에 만난 메렌프타 무덤의 입구.
아, 이래서였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끝이 없는 계단의 천국, 아니 천국의 계단.
사진으로는 사실 체감이 잘 안되지만, 실제로 보면 엄청난 크기였다. 내 손바닥으로 따지자면 몇십배가될까. 내 몸으로 계산해도 족히...아니다, 계산을 관뒀다. 너무 깊숙한 지하라서 그런가. 머리가 아팠다.
내부 무덤 안에는 기온이 40도를 육박하기때문에(나는 1월에 방문했지만, 3-4월에 방문하면 거의 체감 50도를 넘는다고 한다) 무더웠기도 했고, 새로운 공기가 필요했다. 반나절내내 무덤을 들어왔다가 나갔다가를 반복하며 천국의 계단을 지나 마지막으로 바깥으로 나온 후 맑은 하늘을 보는데 마치 내가 쇼생크를 탈출한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물론 난 죄수는 아니었지만 자유롭지 못했던 건 어찌보면 사실이니까.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생선가스 비슷한 그 무언가와 타진, 아이시빵, 그리고 망고 주스. 나는 망고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먹기야 먹는데 굳이 과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집트가 망고 주스가 워낙 유명하다해서 거의 끼니 때마다 먹은 것 같기는 했다. 걸쭉하고 달달하고 맛은 있었다. 망고를 좋아하시는분들이라면 이 망고 주스 하나로 이집트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 그정도의 힘이 있는 망고주스였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동중에 만났던 멤피스 야외 박물관. 짧은 시간만 둘러보고 다음 카르낙 신전과 콤옴보 신전, 박물관을 들려야 했기에 오래 둘러보진 못했지만 이집트는 그냥 길거리 어딜 지나다녀도 기본 몇 천년 이상 된 고대 유적이라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 크기는 언제나 그랬듯 섭섭하지 않게 웅장했고 시선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자세히 보니 석상이었다. 설명듣기로는 이 풍뎅이 석상 앞에서 소원을 생각하며 1번, 3번, 5번, 7번, 10번 등 본인이 원하는 만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와 모든 관광객들이 한 방향으로 돌고있던 거였다. 나도 빠질 수 없었다. 보통은 5번-7번 정도를 돈다고 한다. 나는 이 날 10번을 돌았었나? 20번을 돌았었나?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다람쥐가 쳇바퀴 구르듯 계속 한 방향으로 돌면서 내내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늘 이렇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보내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늘 이렇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보내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해가 지고, 룩소르 신전으로 다시 이동했다. 하늘 빛이 참 예뻤다. 마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파스텔을 곱게 갈아 하늘 위로 잔뜩 뿌려놓은 것 같았다. 하늘색과 분홍색, 보랏빛과 붉은 주황빛으로 물들여진 하늘.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룩소르 신전. 조명이 세서 생각보다 갤러리에 담긴 사진이 잘 나온게 없어서 고르는게 어려웠지만, 눈 속에 담고 마음에 새겨왔으니 됐다고 생각하며 위로해본다.
다음에는 꼭 가족과 같이 오겠다며 다짐했던 나일 크루즈에서의 아침이었다.
빵이 참 종류도 많았고 맛있었다. 다 맛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이미 나는 3킬로그램이 추가된 상태였기에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일정은 휴식을 위한 후르가다의 여정이었다. 3일간의 나일 크루즈 여행동안 아스완, 룩소르를 거치며 많은 신전과 박물관을 관람했고 살면서 다시 또 볼수 있을까 싶은 자연의 위대한 풍경들을 감상했다. 떠나기 전 버스 안에서 바라본 어젯밤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던 룩소르 신전.
인공적인 조명도 좋지만, 이렇게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신전을 보니 더 아름답고 멋졌다. 다음에 이집트를 방문하게 되면 룩소르 신전을 밤이 아닌 오전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장장 5시간에 걸친 후르가다로의 이동이 시작됐다.
이른 아침, 룩소르를 떠나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여행 하며 틈틈이 남겨뒀던 휴대폰 메모장을 다시 한번 켜보았다.
인샬라, 신의 뜻대로
마샬라, 신이 보호해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이슬람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것 같았다. 이 말이 인상깊어서 여행중에 써먹을 수 있으면 써먹어야지, 여행 후에도 이 단어는 꼭 기억해야지 하고 메모장에 적어놨던 것 같다.
모든 일은 내가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지만 그 일에 대한 결과는 내가 아닌 세상이 만드는 것이라는 책 구절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마음대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할뿐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나는 나의 부모님, 조상님을 비롯한 신성한 존재에게 보호받고 있고
또한 나는 충분히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능력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신의 뜻대로, 신이 원하는 때.
그 신을 만드는 것도 나고 믿는 것도 나다.
내 세상의 신은 그 누구도 아닌 나다.
내 세상은 내가 만든다.
마치 쇼생크를 탈출한 주인공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 올라가기 힘든 계단을 바라만 보다 주저 앉아 캄캄한 지하속에서 생을 마감할건지
아니면 미끄러지고 발을 헛디딜지라도 한걸음씩 발을 내딛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갈건지는 내 선택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바보가 아니라면 결과는 정해져있다.
그 정해진 결과를 알고있는데도, 어쩌면 그 여정이 너무 힘들다는 핑계로 나는 계속 주저 앉고, 발을 떼기를 머뭇거리고 있는게 아닐까.
아무리 길고 깊숙한 계단이라고 하더라도 바깥 세상이 있다는 걸 안다면
계단을 오르고 나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음을 안다면
누구나 지하에 머무르기보다 계단을 올라가는 선택을 할테니까.
지금 인생이 내리막길같다고 느껴지신다면 잠시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뿐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내 인생이 왜이럴까, 싶은 마음이 더 크죠. 세상이 원망스럽고 노력하는 나에게, 열심히 살고있는 나에게 왜 이렇게 못살게굴까 싶죠.
그래도 우리 모두 저 계단 위에 바깥 세상이 있다는 걸 기억해보면 어떨까요.
이제 나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요.
이 가파르고 힘든 계단을 올라가면 마침내 푸른 하늘도 보고 시원한 음료수도 마실거라고요. 얼마나 멋진 세상이 있을지 기대하고 설레면서요.
저도 그렇답니다.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아요.
>>>>> 4화(후르가다)에서 계속
>>>>> 참고로 신이 어쩌고 했지만, 저 사이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