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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오름 Oct 16. 2024

혹시 나는 전생에 이집트인이 아니었을까? 4

Answer : Love Myself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별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BTS, Answer : Love Myself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갇혀 살았는지, 나 역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를 실감한 이집트 여행에서 아직도 깨닫는 바가 남아있다니. 역시 세상은 놀라운 곳이었다.

이집트? 거기 모래만 있는 곳 아니야?

그러게요. 저도 그 이상은 그래봐야 스핑크스랑 고대 신전 관람하면 여행 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나의 선입견은 도대체 얼만큼의 크기와 넓이를 가지고 나를 가두고 있던걸까. 왜 나는 이 나라에 드넓은 바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나무들과 꽃이 펼쳐진 초록빛 세상은 생각해본적 없던 걸까. 이집트 여행을 말리던 지인들처럼 왜 나도 이 나라엔 온통 모래빛만 가득하다고 생각했던걸까.

3일간 머물렀던 이집트 후르가다 모벤픽 리조트. 유럽인들이 신혼여행지로 이집트 후르가다에 많이 온다고 한다.
내 방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후르가다 홍해

나는 한국에서도 호캉스를 해본 적 없던 사람이었다.

호캉스? 그게 뭐죠?

거의 매일을 일-집-일-집의 루틴을 반복하며 오전 8시에 시작한 제1의 직장이 끝나면 30분 정도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바로 제2의 직장으로 출근했다가 밤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던 무한반복의 굴레를 살던 다람쥐같은 인간이 나였다.


주위에서 워라밸을 찾아야한다며, 힐링의 시간이 중요하다며 여름 휴가를 보내고 연말연초에 연차를 몰아 내고 여행을 떠난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의 SNS를 볼때 온라인세상에서 만나봤던 단어였다. 호캉스.

그런데 그런 호캉스를 내가 직접 누리게 된 거였다. 한국도 아닌 낯선 땅, 이집트에서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들만 가득한 곳에서 나 혼자 말이다.


숙소 전경
내 방 숙소 테라스에서 신나서 셀카를 찍어보았다
올인클루시브로 예약한 리조트였기때문에 어지간한 시설들은 다 누릴 수가 있었다. 그래봤자 난 거의 방 안에 있었다.
맥주와 와인도 무료로 마실 수가 있었는데 나는 술을 안 좋아해서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무것도 안 먹기엔 뭔가 아쉬웠다
마찬가지 이유로 환타도 한 캔 마셨다. 역시 탄산이 최고다.

나는 사실 물을 무서워한다. 수영은 할 줄도 모른다. 기껏해야 물에 발이나 담그고 허리춤까지 물이 오는 것도 무서워 바닥에 앉아서 물장구나 치는게 다인 물놀이라고는 하나도 즐길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리조트 수영장에 용기내어 도착했고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내뱉으며 담요와 음료수까지 준비해 선베드에 누워보았다.


이 날 들었던 플레이리스트가 20곡 정도는 되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곡은 비욘세의 Halo, 라디오헤드의 creep, 그리고 BTS의 Answer였다. 처음에는 타국에서 낯선 사람들사이에 섞여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팝송을 들으며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이 현실이 맞는지 헷갈리기도했다. 그러다 흘러나온 BTS 노래 가사를 듣자마자 아, 내가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부터 지난 날 내 삶이 여러 장의 사진 필름처럼 빠르게 또 어느 순간에는 느리게 나를 훑고 지나갔다.


해가 지는 모벤픽 리조트 풍경
일몰로 물든 홍해와 후르가다의 하늘

잊고 살던 내 안의 감성이 깨어났다.

과거 몇몇 사람들에게서 나는 이런 이야기도 들어봤다.

oo씨는 감성이 메마른 사람같아. 무슨 여자가 이렇게 감성이 없어?“


사실 그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시큰둥했던 것 같다. 별다른 대꾸도 안 했던 것 같고 그래, 떠들어라.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거지. 네가 뭘 알아? 이런 식으로 속으로 한 번 씹어주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때의 나는 정말 메말라있던 상태가 맞던 것 같다. 수분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나무장작같은 인간. 몸도 마음도 누구를 품어줄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면전에 한 한때 나를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친구는 아니었다)의 행동이 썩 매너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지만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느낀데에는 나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는거겠지만.


태양이 지며 파스텔 가루를 흩뿌린듯한 하늘과 그 덕분에 함께 물든 바다의 색깔이 내 안의 몽글몽글했던 소녀감성을 불러왔다. 딱히 외로움을 타는 성격은 아니지만, 혼자 이집트에 와서 외롭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 예쁘고 멋진 풍경을 누군가와 함께 보았다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늘 좀 봐봐. 정말 아름답다 그렇지?”

“그러게. 정말 예쁘다.”


이런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면 더 아름다운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대일밴드로 응급처치한 저 이집트 여행 스틱(이름을 까먹었다)을 그래도 요긴하게 써먹었다.
물놀이(물구경)를 끝내고 내 방 숙소로 향하는 길. 여전히 내 귓가엔 음악소리가 흘렀다.
방 숙소는 대충 이렇게 생겼었다. 사진 반대편으로는 욕실과 파우더룸이 있었다. 독실이라 굉장히 크고 아늑했다. 또 다시 가고싶은 리조트라서 메모해뒀다. 이집트 후르가다 모벤픽.
이전 카이로에 있을 때 구매했던 기념품들을 꺼내보았다. 집에 계신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찍었던 사진이다.
시장에서 구매했었던 스카프들. 이것 말고도 몇 장 더 있었지만 현재는 주위에 선물, 나눔하고 두 장만 남아있다. 마음에드는 스카프다.올해 유용하게 쓸 것 같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몇 번 했는데 뷔페식이라 내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양고기가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집트에서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는 자체에 그저 감사했다
달아도 너무 달았던 디저트
팬케이크와 커피가 참 맛있었다

모든 식사 사진을 다 찍어두진 않았지만 리조트에서 머무르면서 먹었던 끼니에 감사하며 기록을 남겨두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다. 당시에는 여자 혼자 여행가서 걱정이 많았던 엄마에게 안심시키기용으로 보내주려 찍었던 사진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들 안 찍어뒀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잘 먹은 결과 나는 4킬로그램 가까이 살이 쪘다.

후르가다 도착해서 리조트 구경할 때 첫날 찍어두었던 사진이다. 헬스클럽이 있었다.

사진 순서는 뒤섞였지만, 이집트 헬스장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살이 너무 쪄서 양심의 가책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고 헬스장 이용도 해보았다. 결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괜찮은 걸? 그런데 이건 무슨 기구지? 아, 이거 그거였구만. 등 운동!


이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헬스장 안에는 관리자분 한 분과 건물 경비를 맡고계시는 분 외에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2일간 헬스장에 출석했는데 아무도 만난 사람이 없었다. 또한 그 누구도 운동하는 사람이 없었다.


헬스장 이용시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는 수기용 종이가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최근 기록이 몇 달 전이었다. 그것도 심지어 알아볼 수 없는 이름들이 다섯줄 있었다. 나는 출입자 명단 여섯번 째에 내 이름을 썼다. 결론적으로는 뭐, 나는 좋았다. 나만의 세상이었다. 혼자 온 이집트. 그리고 그 이집트 안의 헬스장을 홀로 이용하고 있는 나. 철저히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


로잉운동 같았는데 핸들을 당기면 물통 안에 들어있는 물이 휘몰아쳤다.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사용하던 로잉 기구랑 달라서 재밌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집트 헬스장을 전세 낸 자랑스러운 1인. 최초의 이달의(혹은 올해의)한국인이 된 기분이었다. (뭐가 되었든 최초라니 혼자 들떴다)

나중에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이 사진들을 보냈었는데, 반응들이 다 비슷했다.


“넌 진짜 좀... 가끔 보면 또라이같아.”

“이집트까지 가서 대체 헬스장은 왜 갔냐.”


그리고 몇몇은 자음남발을 마구 휘갈겼다.

너 거기서 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너 하고싶은 거 다 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날 운동 후에는 내 방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날은 식당에 가지 않았다. 방 안에서 미리 준비해둔 마지막 컵라면 두 개를 깠다. 그리고 이집트산 초콜릿과 수입 맥주를 맛보았다. 과일향 비슷한 맛이었는데 딱히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맛을 음미할 줄도 모르기에 대충 홀짝거리다 냉장고에 비치된 음료수로 입가심을 했다.

역시, 칼칼한 컵라면과 탄산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실패할리 없는 조합.

맥주 맛은 사실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도수가 꽤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모금 먹었는데 알딸딸했다
환상의 궁합. 컵라면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감탄하며 먹었다.



사실 후르가다에 오게 된 이유중에는 사하라 사막 별빛 투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누려보는 호캉스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도 가능한 호캉스를 굳이 이 먼 타국 땅까지 와서 해야할 이유까지는 없었다. 애당초 그런 호사를 누리기 위해 이 곳에 왔던 것도 아니었다. 말로만 들어본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서의 별빛 투어. 듣기만 해도 낭만적이었다.


낭만, 내가 이 단어를 떠올리며 설레다니.

여행은 정말 사람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하라 사막 별빛 투어 출발 전
사하라 사막까지 데려다주신 드라이버님의 운전실력에 감탄했다. 덜컹거리며 모래 사막을 타고 올라가 내려오는 롤러코스터(?)도 타고 신나는 비트와 함께 즐거운 여행길이었다.(안전조심)

사하라 사막 별빛 투어는 미리 예약을 해야했고, 인원을 나눠 조가 편성되면 사막을 달리는 지프차에 4인에서 6인으로 각각 나뉘어 드라이버분과 탑승을 하게 된다. 내가 머물던 숙소에서 40분 정도를 달려서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던 것 같고 덜컹거리는 지프차 안에서 드라이버분이 틀어주신 알아듣지도 못할 이집트 음악과(그런데 너무도 신났다. 힙합장르인지 원래 이집트 전통 음악이 그런 느낌인지는 몰라도 매우 괜찮았다)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고 모래바람을 맞는동안 너무도 즐거웠다. 새로운 세계에 온 것만 같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40분이 금방 지나갔다.


모험을 찾아 떠난 돈키호테도 생각났고 알을 깨고 나오려면 이 정도 덜컹거림과 모래바람 정도는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떠올리며 속으로 혼자 킥킥댔더니 어느덧 사막에 도착했다.

사하라 사막의 한 가운데에 서서
함께 사하라 사막 별빛 투어를 오신분들도 스카프와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내고 오셨다. 다시 오지 않을 밤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일몰을 기다리며 모래 사막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별빛 투어 일행분께서 감사히도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

그러고보면 태양은 사실 가만히 있는데, 우리는 태양이 뜨고 진다고 생각하며 산다. 시간이라는 것도 사실은 지구가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착각하며 산다고 하는데 이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지구 어디쯤에 와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우리가 흐른다고 착각하며 사는 어떠한 시간의 선상에 두 다리를 내딛고 서있는 걸까.


기껏 사하라 사막에 왔는데 모래를 밟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열심히 모래알을 밟으며 감각을 깨우고 땅과 흙의 모든 기운을 느껴보려 했다.

별빛 투어 중 여행 가이드님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렇게 모래알갱이를 밟고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 날이 떠오른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



맞다. 나는 사실 살아가며 엄청난 기적을 바라고 또 꿈꾼다. 그런 기적을 꿈꾸며 모든 일을 다 관두고(사실은 때려치웠다는말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이 곳에 왔다. 내가 이전부터 원하던 꿈을 찾아 떠나왔고 이 곳에서 혹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기적을 찾아 헤맸다. 그렇지만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이 사하라 사막까지 두 다리로 걸어온 것도 기적이고, 마침내 도착한 사막에서 두 발로 모래를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너무도 인상깊은 말이어서 나중에 별빛 투어가 끝난 다음 숙소에 가서 글을 찾아봤는데 중국 속담으로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며, 원문은 윤세영 수필가님의 글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오피니언에 실렸던 글이라고 한다. 혼자만 알기 아까워 이곳에도 첨부해본다.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라지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 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없구나,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동아일보,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일상의 기적 중에서 / 2016.03.03


그렇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이 자체로 모든 걸 가진 것이고 오늘의 삶 또한 기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꿈꾸던 이집트라는 나라에 올 수 있었던 것이고 이곳에서 또다시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나 홀로 있던 이집트 후르가다의 숙소가 한국의 우리집으로, 내 방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가 또 저 멀리 지구 밖 어딘지도 모르는 은하계로 튕겨나가 우주를 떠도는 것 같았다.


저 수많은 별을 맞기 위해
난 떨어졌던가
저 수천 개 찬란한
화살의 과녁은 나 하나

별빛 투어 사진은 실제로 너무 예뻤고 황홀했고 낭만적이었다. 캠프파이어도 했고 모래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아보기도했다. 사진을 찍으려 처음에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플래시도 켜보았다가 줌을 당겨보기도 했다가 별 짓을 다 해봤지만 결국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경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두 눈으로 감상하기로 했다.


사방이 고요하고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는 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모래 바닥에 누워서 캄캄한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홀로 BTS-Answer노래 가사를 흥얼거려보았다.


너무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래 가사였다. 열심히 살았는데 남들보다 꾸역꾸역 버티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손에 쥔게 무엇이며 나에게 남은게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면 보잘 것 없고 쓸 데 없는 것들에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다고 자책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사하라에서 만난 별빛 투어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것도 같았다.

언제나 반짝여야 빛나는 건 아니라고. 존재만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고 빛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고.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존재라고. 노래를 다 흥얼거렸을 때쯤 모래바람에 메말랐던 내 두 눈이 촉촉해진 것도 같았다.

사하라 사막 별빛 투어를 끝내고 숙소 앞에서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네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네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BTS - Answer


정답은 없을지도 몰라
어쩜 이것도 답은 아닌 거야
그저 날 사랑하는 일조차
누구의 허락이 필요했던 거야
난 지금도 나를 또 찾고 있어
But 더 죽고 싶지가 않은 걸
슬프던 me
아프던 me
더 아름다울 美
BTS - Answer : Love Myself


내 안에는 여전히
서툰 내가 있지만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BTS - Answer : Love Myself
사하라 사막에서 내가 나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며 Trust Myself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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