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irth, Death 사이의 끊임없는 선택 Choice(C)
석가모니는 말씀하셨습니다.
“해답은 없다.”
또한 세계적인 인기를 끈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덤블도어와 해리포터의 대화 장면 중 이러한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란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덤블도어 대사 중에서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황경신 작가님의 <생각이 나서> 책에 이러한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너무 와닿는 말이라 사진을 찍어두었고 가끔씩 꺼내 읽어봅니다. 인생에서 어떠한 일이 잘 풀려나가는 것 같지가 않을 때 종종 이 말을 되새기며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봅니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이유없음도 이유다.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에서
내일은 어느덧 2024년의 11월 14일. 25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저 역시도 수험생활을 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그당시 저를 돌아보면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공부라거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가끔씩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입시와는 관련 없는 책을 읽거나(론다번 시크릿이었습니다) 수능 문제풀이집이 아닌 다른 영역 공부를 하면 선생님들께 야단을 맞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주위에서도 모두가 남들 다 가는 대학은 해야 사람 구실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해댔고 이왕이면 무조건 인서울, 그게 아니라면 전문직을 얻기 위해서라도 학교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해야한다고 강요 아닌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남들 말을 듣지 않았더라도 괜찮았을 거고 내 마음대로 다른 경우의 수를 선택했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 타협하고 사회 시선과 압박에 못이겨 저 역시도 남들 대부분이 선택하는 어찌보면 ‘평범한 그리고 당연한’ 선택들을 해오며 살아왔지만 끝에 남은 건 허무함이었습니다. 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능이라는 압박 속에서 긴장감을 떨쳐내고 불안을 잠재우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수능 시험에서의 결과가 절대로 내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 할만큼의 이벤트는 결코 아니며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이고 또 선택지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금은 마음 가볍게, 그 순간들도 소중히 여기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야자시간 도중에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학교 정문만 보여도 심장이 쿵쾅거리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에 스트레스로 얼룩진 학교 생활이 아니라 그래도 조금은 더 즐겁고 행복하고 순수했던 기억으로 남는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떠올려보며 놓쳐버린 그 때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현 사회 시스템이나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제가 이렇다저렇다 말 할 것이 아닌 것 같으니 그런 이야기는 배제하더라도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더 많이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진지하게 나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내가 하고싶은 일에 도전하고 꿈을 키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두가 1등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수능 점수에서 고득점을 받아야만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각기 다른 삶을 걸어나가고 있을 뿐인데 마치 그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마음은 나의 평온한 마음을 해치는 가장 나쁜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도 슬프지만 주위에서 나의 마음의 불안의 싹을 틔우도록 나쁜 물과 영양분을 퍼붓는 생각의 자유를 억누르는 어른들의 말들 또한 슬프고 또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나 수험생 자녀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수험생 못지 않게 더욱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당연히 있으시겠지만, 그날 만큼은 자녀의 수능 시험 결과나 점수로 매겨지는 어떠한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자녀에게 보내주시는게 제일 큰 응원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올해 수험생이라면 이 글을 현재 읽고있을 가능성이 거의 0에 달하니까요.
제 수험생활 중 가장 크게 저를 위로했던 말은 제가 저에게 들려줬던 이야기였습니다. 부모님 또한 공부해라, 라는 말은 단 한번도 하지 않으셨고 저에게 어떠한 학업을 강요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럼에도 저를 둘러싼 환경이 생각의 자유를 제한하는데서 탈출할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이 말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저에게 보내는 이 말 한마디로 생각보다 큰 위로와 응원을 받았고 또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찍어도 생각보다 괜찮네?”
“빵점이 아니라니. 20점도 너무 감사하잖아.”
“설령 빵점 맞으면 뭐 어때.”
저는 소위 말하는 수포자였습니다.
사교육은 받아본 적도 없고 받을 수 있는 경제적인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어떻게 암기라도하고 미친듯이 파고들어서 점수를 올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수학은 조금 다른 분야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공식과 암기만으로 점수를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목에 집중하기 위해 저는 과감히 수학을 포기했습니다. 이것 또한 저에게는 선택이었지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는 저를 따로 불러서 수리영역 맨 앞장 4개의 문제만이라도 다 맞추는 걸 목표로 하자고 하셨을 정도로 그정도로 저는 수학 과목 자체를 포기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제 인생이 망한 걸까요? 입시라는 레이스에서 저는 결국 망한 걸까요? 아니요. 망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당시 제 수능 점수와 입시 생활을 보며 망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분을 만나면 가볍게 무시 혹은 그 분께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건 당신 판단에 불과할 뿐이라고요. 난 망하지 않았고 망한 적 없다고요.
저는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수능에서 수리영역 30점을 웃도는 점수를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대학에 들어갔고 친구들보다 빠르게 취업에 성공하며 전문직의 커리어도 쌓았습니다. 이도저도 되지 않을 바에는 다른 과목에 집중하자고 수학을 포기했던 선택이 그마저도 나은 수능 점수를 받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점수 역시 제 기준이니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입시와 대학, 사회생활 시작 이후의 삶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이제와 드는 생각은 설령 내가 학교 시험에서 빵점을 맞아도, 수능에서 점수를 바닥을 쳤다고해도 이러한 일들 모두 앞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날들 중 내 삶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저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경험일 뿐 어떤 것도 그 순간에는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당시에는 안 좋았던 기억이 되려 전화위복이 되어 또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이 말은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생에서 탄생(Birth)과 죽음(Death)이라는 피할 수 없고 또 변하지 않는 두 가지 사실 사이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힘, 선택(choice)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인생이란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존재론적 관점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자로서, 인간이 본질보다는 존재와 자유에 의해 정의된다고 보았으며 우리가 어떠한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되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B와 D 사이의 C”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여정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곧 우리의 삶을 정의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사상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철학자와 석가모니, 그리고 수많은 성공인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의 본질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개인을 공통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모두가 다른 특성을 가진 고유한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남이 했다고 해서 내가 따라가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며 남이 성공한 방식으로 내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남이 실패했던 분야에서 또한 내가 성공할 수 있기도 하며 지금 당장 좋아보였던 일이 훗날 원흉이 되기도 하고 과거에는 씁쓸하고 아팠던 경험 때문에 현재는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불평 불만하지 않습니다. 걱정과 근심에 시달리지 말고 내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평온함의 눈을 키웁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 위해 나를 돌아보며 감정을 다스립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기 위해 늘 깨어있는 눈과 열린 마음을 가져봅니다.
나의 선택을 남에게 떠맡기지 말고 내가 선택한 일에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말고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지켜나가야겠습니다.
그 어떤 선택이든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는 선택도 좋고 때로는 선택하지 않는 선택도 좋습니다. 직접 부딪쳐보는 선택도 좋고 돌아가는 선택도 좋습니다. 해답은 없다는 석가모니 말씀처럼 정답이 아닌 오직 나만의 답만 있을 뿐인 내 삶에서 남들이 정한 기준에 부디 마음 아파하며 상처 받지 마시고 굳건히 내 믿음을 지키며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나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있을지도 모르는 오늘 이 순간의 선택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 글을 수험생분들이 보실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부디 너무 큰 스트레스 없이 꾸준히 해왔던 만큼의 성과가 빛을 낼 수 있는 내일 하루가 되시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