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심하진 않았지만 몸살을 앓고 3일 정도 감기약을 먹으며 지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것.
3월 둘째 주. 아이들의 새 학년 새 학기
아침잠이 많은 둘째가 개학했던 첫 주엔 깨우지 않아도 벌떡벌떡 일어나길래 ‘이젠 조금 컸다고 알아서
일어나주네’ 라며 내심 기특하기도 하고 이제 조금 안심하려는 마음이 들려는 찰나.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젠 완전히 적응을 한 것인지 아침이 되어도 학기 첫날처럼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힛, 나 이제 다시 귀차니즘 시작!'이라고 본인 뇌에 아무렇지도 않게 전달을 한 모양이다. 안 그래도 밥도 천천히 먹고 세수, 양치질에 옷 갈아입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인데 30~40분 사이에 이 모든 걸 다 해치우려면 7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기상 시간은 8시.
하지만 일찍 깨우려 해도 하교 후 집에 오면 혼자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만들기도 하고 책도 읽고 또 그림도 그리느라 밤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게 루틴이 되었다.
늦은 취침덕에 아침인데도 쌔근쌔근 코까지 골며 자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가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저 학년이 아닌 4학년 언니가 됐으니 조금은 알아서 일어나주길 하는 마음이다.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라 그런지 엄마에게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아직은 서툴고 책을 읽어도 아직은 어려운 단어도 많고 살짝 긴 문장을 마주할 때면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자아이이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 ‘게임 좋아하는 오빠와는 뇌적 구조가 다르겠지’라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어 보기도.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
요즘 선우정아 님의 노래를 반복 재생해서 듣고 있다.
멜론에서 정아님 이름을 검색해 인기곡들이 뜨면 내가 아는 노래들과 몰랐지만 왠지 끌리는 제목을 선택한 후 재생버튼을 누른다. 그중 ‘뒹굴뒹굴(Idle Idle)’이라는 노래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목만 봐도 가사는 이미 예측이 됐다.
‘뒹굴뒹굴 데굴데굴
하루를 종일
한 자리에서 1시간 더
뒹굴뒹굴 데굴데굴
숨쉬기 운동
효과가 최고
먹는 것도 귀찮아 씻는 건 당연하고
화장실도 그냥 참을래...
생각하는 게 다 귀찮아
멍청이는 아는데 깍쟁이는 더 아니야
계산하는 거 정말 귀찮아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러다 하루 순삭
나는 타노스랑 맞먹어
쉽게 없애버리지 요일 하나쯤 슥삭
우주최강 느림보...
온몸이 찌뿌둥
그래도 난 좋음’
이 노래 완전 우리 둘째 주제가가 아닌가?!
하교 후 집에 오면 우선 가방을 내려놓고 겉 옷을 벗어젖힌 다음 바로 소파에 몸을 던진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걷고 뛰고 한 냄새나는 자기 발가락을 잡고 입으로 가져가 발톱을 뜯으며 고양이처럼 꼬물꼬물 대는 모양새이다. 또 기분이 좋으면 마치 꼬리가 있는 듯이 엉덩이 춤을 추기도 하고…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둘째는 책을 빌려와도 고양이에 관련된 책만 골라온다.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은근슬쩍 고양이의 장점을 나에게 속삭인다.
‘엄마, 이 책 주인공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핸드폰을 거의 안 보게 됐대’
‘엄마, 고양이는 산책을 안 시켜도 돼, 목욕도 거의 안 해’
심지어 예전에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5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뽀짜툰’이란 웹툰 포맷의 고양이책은 이미 전 시리즈를 다 읽고 그중 몇 권은 구매를 해서 틈나는 대로 읽는다.
나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며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키우고 싶지만
하루 종일 고양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 더 바깥활동을 안 하게 될 것 같아 선뜻 키우자는 내색을 비추지는 않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집에 놀러 가는 날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하나
그렇게 뒹굴거리다가 간식 준비하는 소리가 나면 바로 쪼르르르 달려와
‘엄마 뭐야?’
‘핫도그! 먹을…’ (말이 끝나지도 않았음)
‘당연하지!!’
3학년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말랐었던 아이가 갑자기 입이 터지면서 이것저것 다 맛있다며 알게 모르게 살을 찌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만에 몸무게가 확 늘어 오랜만에 둘째 얼굴을 본 첫째 아이 친구 엄마도 ‘살 진짜 많이 쪘네요!’하며 놀랜다.
첫째 아이도 살집이 있어서 걱정하는 참에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둘째도 오빠와 비슷한 몸매를 자랑한다.
주변분들은 백이면 백 차라리 살집이 있는 게 나중에 키로 갈 수 있는 영양분이니 좋은 거다라고 말씀해 주시지만 엄마로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첫째는 그래도 남자아이라 주말엔 외출도 하고 음식 조절도 신경 쓰기에 마음이 조금 놓이지만
둘째는 여자아이라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인다.
몸이 후덕해진 만큼 성격도 후덕해진 걸까?
예전보다는 덜 예민해진 것 같기도 하다. 성격은 좋게 바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련다.
그리 멀지 않을 몇 년 후,
좀 더 커서 엄마와 같이 쇼핑도 하고 운동도 하고(꼬셔서) 여행도 가고 카페에 가서 같은 관심사로 수다도 떨어야 하니 그때를 위해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고 공감해주어야 할 것 같다.
엄마가 조금은 걱정스럽긴 하지만 지금은
너는 너만의 우주에서 너만의 자아를 잘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니까 그 여정을 기다리고 곁에서 항상 응원하는 엄마가 되어볼게.
고양이는 조금만 더 있다 키우자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