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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냥 괜히

by 윤 log

내가 쓰는 글에는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담겨 있을까?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

글을 잘 쓰려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써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감 가는 이야기로 이끌어가야 하는지

요즘 바람에 나부대는 억새풀같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날 어떤 말로 담아낼 수 있을까

내가 날 표현하기에도 너무 서툰데 글에 그 모습을 담아내기란 더 어렵다.

‘글문’이 막혔다가도 다시 문득 스치는 생각이 키보드를 두드리게 만든다

.

.

.

여기까지 쓰고 또 막혀버렸다


하루 밀린 연재글을 지금이라도 쓰려고 용을 쓰고 있다.

저장되어 있는 몇 개의 짧은 글들이 있지만 그 글을 좀 더 채우고 수정하고 올리면 왠지

억지로 끼워 넣는 것 같아 잠시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밤 10시

안방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노트북을 두르리는 이 시간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느라 거실에서 깔깔거리고

실내화를 신고 거실과 작업실을 왔다 갔다 하는 남편의 발걸음소리

내 한쪽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타고 샘김의 재생목록 중 오늘의 무드에 선택된 노래들만

순서대로 흘러나오고 있다.

비트 있는 노래는 고갯짓을 하게 만들고

드럼소리가 두둠칫 나는 노래에는 키보드 자판을 같은 비트로 두드리게 한다.


동시에 또 난

건조기에서 뜨끈하게 찜질을 한 수건을 꺼내 개야 되고

아이들은 양치질을 하고 자야 하고

저녁 먹고 미뤄둔 설거지는 자기 전에 해야 하고

아이들이 잠들면.. 오늘 하지 못한 나의 루틴을 조금이라도 채우려고 하겠지

생각대로 되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은게 삶이거늘

아이들은 시간 되면 잠자리에 들 테지만 과연 나는…

머릿속으로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 일들을 꾸역꾸역 채울 수 있을까?


벌써 10:22분

이 글은 또 어떻게 마무리해야 한단 말인가?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고

안 올리기에는 또 아깝고


마침 감미로운 샘김의 목소리가 ‘그 여름밤’을 노래한다.

마침 건조기가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경쾌한 멜로디를 노래한다.

마침 아이들의 영화도 끝났다.

이제 이 글을 올리고 뜨끈해진 수건들을 착착 개고

귀찮지만 미루지 말고 설거지를 마무리해야 한다.


역시나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많이 남았는지 아이들은 영화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에게도

영화 속 등장인물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첫째는 아빠가 컴퓨터로 보고 있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며 같이 환호성을 지르고

둘째는 화장실에서 시원한 볼일을 보고 나온다.

이제 나도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다음 주엔

‘조금 더 집중력 있게 그리고 잘 보듬어서 글을 써야겠다‘라는 다짐으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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