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말소리를 들으면 참기 어렵다.
그 말소리의 높낮이가 없고 지속적으로 끊김 없이하는 말을 듣는 게 너무 힘들다. 왜 그럴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렇게 소리에 민감한 것도 질병이라고 한다. 미소포니아(misophonia) 선택적 소음 과민증후군(청각과민증). 미소포니아는 ‘혐오감’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미소스 misos'에 ‘소리’의 '포네 phone'가 합쳐진 용어이다. 신체적 증상으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짜증이나 분노 등의 공격적인 감정이 드러난다. 인간은 외부 자극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보면 소음에 관련해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소음이 거듭되면 적응하기보다 청각이 더 예민해지면서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소리. 시계 초침의 재깍재깍 소리나 물 떨어지는 소리, 주변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 등 이런 사물이나 자연의 소리 또는 동물이 내는 소리는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비 오는 소리는 힐링 그 자체)
문제는 사람의 말, 수다 소리.. 특히 솔톤의 높은 목소리나 성량이 자체적으로 너무 커서 아무리 작게 말해도 크게 들리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서 그 소리들이 귀를 타고 들어오면 달팽이관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듯해 좀처럼 참기 힘들 정도이다. 한 가지 더, 똑같은 박자나 템포의 멜로디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노래와 음악소리를 듣는 것도 참 고역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이런 큰소리의 대화소리와 깔깔대며 웃는 웃음소리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일 중 하나이다. 진정 당사자들은 본인의 목소리가 크다거나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아무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곳이 카페라지만 옆 테이블을 배려하며 소곤소곤 좀 작게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닐지.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는 건 괜찮다. 가령 공연장이나, 강연장, 마트, 지하철.. 등등
우리 아파트 주민카페에서 이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매주 수요일이면 우리 아파트 운동모임을 하시는 분들의 수업이 끝나면 모두 카페로 집결한다. 이미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하고 있어서 수요일은 발걸음을 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될 때면 어김없이 마음껏 웃고 떠드는 일명 시장통이 된다. 카페 인테리어가 바뀌기 전이라면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책장을 사이에 두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된 책상도 있어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그 이전보다는 차분해져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분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책상에서 누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서로 깔깔대며 큰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아니 목청껏 웃고 떠든다.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하는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육체적으로도 머리가 약간 어질어질하고 그런 소리를 듣고 있기가 참 힘들었다.
20대 때도 똑같이 느꼈었다. 대천해수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같이 일했던 여직원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1시간여 동안) 얘기를 계속하는데 진짜 내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당시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나도 차 안에서의 답답했던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나만의 내적 질병이 맞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물리적인 소음에 대한 증후군과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거리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