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요리
엄마로서 매일 해야 하는 하루 일과 중 나에겐 참 고달픈 일이 요리이다.
난 무언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보람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요리야 말로 아주 생산적이고 아이들에게 손수 해주는 음식처럼 보람찬 일이 또 어디 있겠냐마는
참 아이러니 하게도 요리하는 시간이 나에겐 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그날 무얼 먹어야 할지 정하는 것부터 고충이다. 아이들 입맛도 고려하고 어제저녁이나 오늘 아침, 아니면 아이들이 점심 급식으로 나온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이것만 고려해 주면 고맙게도 아이들은 요리 선정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이제 그 요리에 맞는 재료를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급할 땐 직접 마트에 가서 카트에 먹을거리를 가득가득 담은 후 집에 와서 냉장고에 차례차례 욱여넣는다. 언젠간 이 재료들을 다 소진하리라 다짐하며! 그런 후 밥때가 되기 전에 미리 양념을 만들고 재료 손질을 하고 육수를 내고... 뚝딱뚝딱은 아니지만 신선한 재료들로 만드는 음식은 건강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렇게 배불리 먹은 후엔 늘어지게 몸을 쉬이고 싶지만 다시 주방에 서서 설거지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하게 된다. 기름띠를 잔뜩 두르고 있는 냄비와 그릇들을 보고 있자면 식은땀이 나기도 하니까. (물론 바로 안 하고 미루는 게 일쑤이지만)
그래도 나름 일주일에 몇 번은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번갈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하고 있다. 반찬을 포함시킨다면 하루종일 주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 아마도 내 손이 많이 느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오래 서있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방금 프라이팬에 기름 코팅을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몇 가지 볶음류나 계란요리, 이제는 아이들이 제육볶음도 잘 먹어줘서 가끔씩 빨간 맛 돼지고기도 지글지글 볶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 놓으면 이 처럼 뿌듯한 일도 없는 느낌이다.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런 날은 꼭 시원한 맥주를 마셔줘야 한다.
그렇다 이처럼 요리는 무지 힘들기도 무지 뿌듯한 일인 것이다. 글을 쓰며 다시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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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주말이면 아이들 학교 보낸다고 일찍 서둘러 일어나 주방을 정리하고 아침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은데 또 새벽같이 일찍 몸을 일으키면 누워있고 싶은 욕망 때문에 머릿속에서 갈등은 커져만 간다. 머리로는 일어나야지 하지만 내 몸은 전혀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새벽 5:30분, 그리고 6:00시에 알람이 울리면 내가 일어나려고 맞춰 놓은 알람이지만 아직.. 조금만.. 그러다 다시 잠깐 잠이 들고 30분 뒤에 눈이 떠지고 또 그러다가 핸드폰을 보면 어느새 7:00시가 된다.
이렇게 되면 후회라는 검은 그림자가 내 몸을 휘감는다. 아.. 아까 그냥 일어날 걸, 근데 주말까지 일찍 깨면 또 너무 피곤할 것 같고, 매번 이 갈림길에 서성이게 된다. 매년 나이를 먹을수록 앞서 말했듯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젠 이불속에서 꿈지럭거리더라도 생산성 있게 지금처럼 글을 쓰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축 쳐진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면 아 이렇게 금방 일어날 수 있는 걸 좀 더 빨리 일어날 걸 하며 또 한 번의 후회 끝에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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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엄마로서 다분히 잘 알면서 못하는 행동들이 넘쳐난다.
아이들에겐 '약속은 꼭 지키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아이들과 한 약속을 잘 지켰는지 확답할 수 없다. ‘좀 이따 해줄게..’ 하고는 그냥 스쳐 지나간 순간들이 다수 떠오른다.
‘엄마가 얘기하고 있는데 딴짓하면 안 되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하면서 정작 애들이 ‘엄마 이거 봐봐~’ ‘엄마 그거 알아?’ 하면서 나에게 말문을 열였을 때, 바로 눈 마주치며 마음 열고 잘 귀담아 들어줬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의 행동은 부모의 거울과 같다는 말은 정말이지 섬뜩하다. 딱 맞는 말이니까.
아이들이 안 본다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몰래 살짝 보고는 ‘엄마 뭐 해?’라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 둘째 아이도 핸드폰 속 게임 어플로 보이는 앱에 들어가서 만지작 거리더니 ‘뭐 하고 있어?’라고 물어보니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걸 보고 새삼 당황하게 됐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The Daily Dad]라는 책에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지만, 어른들을 흉내 내는 데는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는 문구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하는 대로’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내 행동을 보고 아이가 따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난 그렇게 못하니 말이다.
이 대목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물론 엄마로서 아이들을 잘 챙겨야 하는 의무감이 있지만 엄마도 한 사람의 인격으로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임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른인 나 자신보다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삶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게 없듯, 나 자신과 그리고 소중한 아이들을 위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