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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기

새로운 자아 찾기

by 윤 log

몇 년 전부터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해오면서 나의 영어 낭독도 같이 시작되었다.

2021년 5월. 인스타그램에서 엄마표 영어의 시초이신 새벽달님이 EBS 영어 교육프로그램 교재인 ‘입이 트이는 영어’로 낭독 챌린지를 열어주신 것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밖에 다니기가 무서웠던 그때 그 시절.

이때부터 시작된 영어낭독을 지금까지 쭉 이어 오고 있다. 우리말 녹음도 아니고 영어로 하는 게 처음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정말 어색했는데 몇 년씩 하다 보니 나중엔 자신감도 생겼다.


영어라는 언어는 한글과 발음이 확연히 다르듯이 말할 때 발성도 달라짐을 느낀다. 우리말을 할 땐 조금 들뜨는 느낌이라면 영어를 낭독할 땐 리듬감도 생기고 어쩐지 호흡도 깊어지고 지금까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제2의 목소리를 가진 기분이 든다.

언어라는 건 참 신기하다. 같은 말이라도 전달하는 방식과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하니까. 잔소리도 한글로

할 때 보다 영어로 하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마치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듯이.


영어로 낭독을 하고 인스타에 영상을 업로드하면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소중한 댓글을 마주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낭독하는 목소리에 대한 칭찬. 댓글들을 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된다. 역시나 칭찬은 들으면 들을수록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없던 힘도 나게 해주는 매직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도 내 목소리를 좋아하고 또 애정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고마운 친구들.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구절이 있다면 핸드폰 녹음기능을 이용해서

그 구절을 낭독해 보는 것도 무언가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색함을 극복하기만 하면 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한창 좋아했던 노래를, 어느새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의 내가 추억 속 그 노래들을 다시 듣다 보면 그때 그 시절로(불과 2,3년 전?)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듯이, 그 순간 내가 흠뻑 빠져들었던 나를 떠오르게 하는 장치가 있다. 너무 좋아해서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부르고 녹음하는 것. 물론 생 목소리로 하는 건 아니고 멜론 재생목록 중 한 곡을 play 해서 가수들의 목소리 위에 살포시 내 목소리를 그 위에 얹는...

내가 뭐 가수지망생도 아니지만 그렇게 틈틈이 녹음해 두었던 노래 리스트를 보니 거의 30곡 정도 있는 것 같다. 가끔씩(물론 오그라들지만) 핸드폰 속 묵혀두고 있는 그 녹음 파일들을 듣다 보면

몇 년 전이라고 목소리가 좀 어려 보이기도 하고 '아, 이땐 이런 노래들을 좋아했었구나' 하며 회상하곤 한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진심으로 꽂혀서 ‘와, 나 진짜 괜찮게 부른 것 같은데….?! 했던 노래들이

지금에 와서 들어보면 뭔가 ‘음도 안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리 진지한 거야’ 하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지금보다 풋풋했을 사진이나 솔직한 감정을 담아 글로 쓴 일기도 충분히 나를 회상할 수 있겠지만

더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건 녹음된 나의 목소리인 것 같다. 하지만 이불킥은 필수!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몸이 어디 어디가 안 좋아진다고 어김없이 신호를 보내오기에 나의 어제.. 그제.. 한 달 전.. 몇 년 전이 풋풋한 느낌을 주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니다. 아주 본능적이면서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나만의 모습들, 그렇게 서툴렀던 나를 다시 들여다 봐주고 툭툭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이다.

언제든 꺼내어 보고 훗 좀 귀여웠네, 이땐 힘들었었네, 그래 애 많이 썼구나 하며 달래주다 보면 어느새 난 전지적 3인칭 시점이 되어 정말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로 인해 위로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누군가에게 알아봐 주길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다. 위로해 주길 기다리지 않아도 나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나의 신체 중 한 부분 예뻐하기

내 몸 부위 중 어딘가는 맘에 드는 부분이 한 가지는 꼭 있다고 믿는다. 얼굴이든 몸이든 한 군데 또는 여러 군데면 더 좋겠다.

‘내 얼굴 중에

눈, 코, 입은 밋밋해도 눈썹하나는 진해서 좋아

귓불이 좀 동글동글 귀여운 것 같아

점이 몇 개 있지만 완전 매력점이지

입술이 도톰하니 좀 복스러운걸…’


‘내 몸 중에

다리는 짧지만 그래도 비율이 좋아, 라인이 예뻐

손은 작지만 손가락이 가늘고 긴 편인 것 같아

배는 좀 나왔지만 힙은 자신 있지

남들 눈엔 보이지 않는 잔 근육들이 숨어있단 말이야..’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렇듯 내 눈에만 보이는 나름 자신 있는 부분을 매일 보며 예뻐해 주는 일.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지만 나 스스로는 한없이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난 내 머리카락을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00은 머릿결이 너무 좋아’라고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곱슬도 아니고 머리숱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펌을 해도 잘 펴지는 일명 스트레이트 머리.

지금은 영양분이 많이 빠져나가 예전보다는 좀 덜 하지만 과거 전지현이 샴푸광고에서 찰랑찰랑 머릿결을 휘날렸 듯, 나도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해주면 그날은 하루종일 찰랑임이 유지된다. 별도로 다른 손질을 하거나 에센스를 발라주지 않아도 말이다.

특히 전 날 밤에 머리를 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왜인지 더 윤기가 흐른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면서 호텔용 네모 반듯한 투명 빗으로 머리를 빗어주고 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쓸어내려지는 촉감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날 드라이가 잘 먹고 맘에 드는 볼륨이 생기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이렇게 아끼는 머리카락을 아주 가끔 전문가의 손에 맡길 때면 어쩐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제는 직접 머리를 다듬기도 한다.


겨울이면 손, 발이 알아서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을 달고 사는 나에게 수면양말은 필수품이다. 그런데 무심코 양말을 신기 전 침대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맨발로 발목을 꼬고 있었는데 언뜻 위에 포개어진 옆 발 라인이 예뻐 보인다. 이렇게 나만의 매력포인트를 찾으며 볼 때마다 예쁘다 해주고 쓰담쓰담해주자.


아이들 개학 전까지 집에 있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라 딱히 옷을 고를 일이 없지만 집에만 있더라도 여유로운 운동복 바지에 긴 팔 티셔츠와 추운 한기를 막아주는 뽀글이 카디건, 그리고 도톰하고 부드러운 수면양말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맞춰 입고 문득 거울에 스쳐진 나를 볼 때면 이 또한 괜스레 기분이 가볍고 좋아지는 순간이다. 이 날 하루는 왠지 하루종일 상쾌하다.

이렇듯 곳곳에 숨겨져 있을 뜻밖의 나의 매력을 발견하며 설레는 순간을 자주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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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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