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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새 앨범, 그리고 에필로그

by 윤 log

백예린 그녀가 돌아왔다.

무려 정규 3집 솔로앨범이다.

'The Volunteers'라는 밴드 활동도 같이 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솔로 앨범의 기다림은 필수처럼 느껴졌다.

2집 발표 이후 5년 만에 나온 앨범이니 3집 발매일을 공개했을 때 무의식의 손가락이 핸드폰 달력 앱에 알람을 맞추기까지 했다. 이렇게 내가 그녀의 팬이 될 수 있었던 건 정말 그냥 스쳐지날 수도 있었을 한 순간이었다.


몇 년째 멜론 유저로서 그날도 평소처럼 핸드폰 앱에 들어가 노래를 들으려는 찰나 최신음악 카테고리에 정규 2집 앨범사진이 떠 있었다. 탈색한 긴 머리와 팔 엔 타투가 새겨져 있고 시선은 옆을 응시하며 무심한 듯 노란 봉지의 감자칩을 입으로 가져간 그녀. 보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여가수 같은데 누구지? 몰랐다 정말! 백예린? 이 누구지?

JYP 소속사에서 데뷔한 '15&'이라는 팀이름으로 박지민과 듀엣으로 나왔던 소녀. 아! 그래 케이팝 스타에서 박지민이랑 같이 노래하는 거 봤었지. 이 사진 한 장의 강렬함으로 내 맘속에 훅 들어온 그녀, 이때부터 그녀와 관련된 모든 영상과 음원을 찾아보고 듣기 시작했다.


2017년 봄, 미발표 곡이었지만 그녀의 첫 페스티벌 무대인 한강 난지공원에서 비바람이 부는, 노래 부르기 적당하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치 봄바람을 만끽하듯 초록색 원피스가 살랑거릴 정도로 행복해하며 부르는 'Square'라는 곡은 이미 백예린의 유명한 영상이었다. 아.. 난 왜 몰랐을까.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감자칩 앨범(정규 2집) 수록곡들을 한 곡 한 곡 들으며 느꼈다. 우리나라 여가수 중 이렇게 다크하고 시크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나? 거기에 전곡 영어가사를 쓰는 대범함까지.. 내가 좋아하는 소스를 모두 표출해 주는 사람이라니 훅 마음을 뺏겼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팬심의 불씨가 폭죽 터지듯 터져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통해 그녀와 관련된 영상을 하나씩 보게 되었고 첫 방송 데뷔라 할 수 있는 스타킹에서의 작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까지 거슬러 가게 되었다. 어린 소녀가 어찌 그리 소울 풀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 준 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사실 연예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한 가지 장르에만(연기 안 하고 예능 안 하고 그 흔한 브이로그도 몇 개 안 되는 본업인 노래만 하는) 몰두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 또한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뚝심 있게 본인만의 색깔과 감성으로 우직하게 노래해 온 그녀이기에 그 노래들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목소리가 천상 가수이길 타고나기도 했고 본인의 노력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나 홀로일 때 그 자체로 더 빛이 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오래 기다린 만큼 이번 3집이 더 기대되었고 어떤 곡들을 쏟아낼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일 거라는 것. 그녀의 첫 홀로서기를 함께 한 프로듀서와 더 이상 같이 하지 않기 때문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3집이 나오기 전 1-4-3이라는 곡을 포함해 두 곡을 담은 싱글 앨범에서 새로운 사람과 함께 작업한 점이 힌트가 되어주었지만 백예린에게 어떤 색깔을 입힐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드디어 10월 2일 발표 된 3집 앨범.

정규앨범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15곡이나 아낌없이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우선 곡 수부터 너무나 행복하다. 본업에 충실한 가수라야 가능한 숫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여기까지 읽으시고 너무 팬심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으실 수도 있겠지만) 우선 앨범 표지 사진으로만 보아도 밝은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2집 보다 더 어두워지고 더 시크하고 더 세련된 느낌이 물씬 난다.

어두운 배경에 까만 머리카락과 까만 팬츠, 그리고 흰 티셔츠로 블랙 앤 화이트의 가장 심플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앨범사진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3집을 출발하는 첫 곡부터 이미 심장저격 당했다. 아, 이렇다고... 너무 좋은 걸.... 진짜.. 타이틀 곡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나 황홀할 수가 있나?!! 이미 백예린표 R&B 창법도 좋고 Soul도 탁월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유독 힙합적 요소가 들어간 곡들이 또 심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미치도록 좋다는 말로도 모자를 만큼. (저의 음악적 취향은 올곧이 백예린 3집이라고 장담합니다)


추석맞이 한 보따리 선물을 들고 온 그녀에게 고맙고 더불어 마지막 글의 글감으로도 쓸 수 있게 한 주 일찍 발매해준 것도 참 기가막힌 타이밍 같아서 역시 그녀는 나에게 보석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든다. 어제 기적처럼 콘서트 취소 티켓을 한 장 발견해서 덜컥 예매했다가 5시간이라는 어마무시한 거리감에 눈물을 삼키며 티켓을 취소할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은 언제든지 갈 수 있겠는데 인천국제공항 옆이라니... 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서 가야할 판이다)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했다. 롹밴드에서 노래하는 예린은 두 번 봤으니 언젠가 솔로 콘서트에서도 볼 날이 오겠지.

기다림에 익숙하니까 다음엔 꼭 서울에서 공연해줘! 기다릴께!





-에필로그-


문득 스치는 생각 다락방의 첫 연재일이 25년 2월 5일.

오늘 30화로 연재를 마칩니다.

8개월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장면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도착을 해보니 엄청 뿌듯하네요.

연재를 끝까지 마감하는 기분이 이런 거였군요.

괜히 코끝이 찡해지려다 다음 연재를 준비하고 있음에 다시 콧물은 훌쩍 삼키겠습니다. ㅎㅎ

저에겐 미지의 도전이었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책도 잘 안 읽는 나인데 매주 연재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연재일을 지나쳐 다음 주로 넘어간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30화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동력으로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 라며 스스로 다독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 부족한 글에 공감의 댓글 달아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공감할 수 있는 글이란 이런 거야'를 멋진 작가님들을 통해 알게 되어 그리고

브런치라는 무대에서 마치 매주 가수들의 새 노래를 듣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항상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브런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이 마라톤에 관한 글이었는데 정확히 1년 후인 내일 10.9일에 마라톤 대회를 나가게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듯한 느낌입니다. 작년엔 5km를 뛰었었는데 내일은 10km에 도전합니다. 무사히 골인 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아무쪼록 목표를 달성하고 머지않아 새로운 연재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려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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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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