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록을 좋아하시나요?

by 윤 log

벌써 9월이다.

9월은 가을의 시작이다.

또한 내년 다이어리를 벌써? 준비해야 하는 달 이기도하다. 이미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기 있는 제품들을 재빨리 구매하고 언박싱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있는 제품들은 벌써 품절이 났기 때문이다.

나 또한 기록하는 걸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취미 중 하나 이기도하다.

그냥 작은 노트에 오늘 했던 일을 끄적거리던 게 어느새 월간 다이어리로 독서기록으로 그리고 가계부로 이어지더니 작년에는 불렛저널이라는 형식의 센세이셔널한 방법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기록형식이 아닌 나만의 양식을 만들어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저널링 노하우를 유튜브로 많이 검색해 보았다.

물론 불렛을 쓰기에 적당한 노트도 필요했고 그 노트에 맞는 펜도 골라 내가 따라 할 법한 방법을 사용했다.

불렛의 매력이라고 하면 노트 한 권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는 것 같다.

나만의 취향,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책을 기록하기도 하고 계절마다 찍어 둔 사진을 프린트해 사진집을 만들 수도 있다. 1년 동안 한 권을 채우려 이것저것 많이도 쓰고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그 양식을 매달 그려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불렛과는 빠른 이별을 고했다.

그래도 3월부터 12월까지 나름대로 한 줄 일기와 해빗트래커 또 독서록을 쓰며 잘 채웠다.

다음 해인 2025년, 올해는 심플하게 하자. 시중에 판매하는 연간 다이어리 중 맘에 드는 한 권을 온라인에서 구매했다.

하드커버라 튼튼하고 짙은 녹색커버도 내지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 1년간 정들어보자꾸나.


그리곤 지난달 8월까지 아주아주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데 무시무시한 늪의 알고리즘을 타버렸다. 문구덕후에겐 눈이 희번덕대고도 남을.

이번엔 새로운 형식의(왜 이제야 알았지?)) 이른바 6공, 5공 다이어리라 부르는 아이들이다.

가죽커버와 안에는 링으로 구성되어 있어 내가 원하는 형식의 속지를 끼우고 꾸밀 수 있다.

포켓이 있는 것은 지갑겸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중 다이어리계에 명품이라 속하는 ‘파일로 팩스’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무슨 다이어리가 이리 비싼 거야 하면서도 검색하는 내 손은 더욱 바빠졌고 괜히 후기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뭐 평생 쓰면 되지 않을까?‘하는 타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타협안에 협상을 하면 항상 후회하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을 돌렸다.

그래 좀 더 저렴하고 이쁜 아이들이 있을 거야! 또 폭풍검색. 한번 눈이 돌면 되돌아오는 길을 당최 모른다.

그러다 어느 유튜버의 조근거리는 말과 심플하고 깔끔해 보이는 것을 발견. 했다 싶어 냅다 구매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링의 크기가 크지 않아 속지를 조금만 많이 넣어도 그 아인 부대껴했고 나는 얇고 심플하게 쓰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알았다.


다시 재 폭풍 검색. 하다가 문득 이쁘다 찜해놨었던 아이가 생각났다. 다시 유튜브 시청기록을 돼 밟아 찾았다.

그녀가 정리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했고 다이어리의 사이즈와 색상, 디자인까지 모두 맘에 들었다. 이거네!

이번엔 네이버에 브랜드명을 검색하고 같은 사이즈, 그리고 색상은 블랙으로 구입했다. 이미 트래블러스 노트(이것도 폭풍검색 중 레이더망에 걸려 새로 영입함)를 브라운색으로 가지고 있기에 색도 구분되고 클래식한 블랙으로 결정했다.

거의 한 달 동안 고심한 내 가방 속 1호와 2호. 볼 때마다 흐뭇하다. 만질 때마다 흡족하다. 왜 너희들을 이제야 만난 거니?


브런치 글을 쓰며 기록은 아주 깊숙이 나에게 스며들었고 이젠 무엇이든 기록을 하지 않으면 오늘을 완성하지 못한 느낌도 든다.

그날의 글쓰기, 스케줄, 독서, 공부, 문장 수집, 취향노트, 아이디어 등등 나만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으며 이것들을 밑거름 삼아 다가올 가을 겨울 내년에도 튼튼한 뿌리의 나무로 자랄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추신

오늘은 제 맥북이의 전원 안 켜짐 이슈로 꾸역꾸역 핸드폰 타자로 썼더니 손목이 욱신거리네요. 많이 검토는 못하고 올려봅니다. 급하게 로켓배송으로 내일 도착할 아이패드 키보드로 다시 손가락 튕겨보겠습니다.

마감시간 20분 전….. 후덜덜….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6화핸드폰 속 생각의 파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