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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14. 2024

아빠가 사라졌다. 일주일의 공백기

내 인생첨 아빠가 일주일 없어졌다

중학교는 재미났다.

이일이 있기 전까지 내 머릿속은 해맑았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엄마가 울고 계신다.

아빠가 없다.

"어? 아빠가 있어야 할 시간인데???"

머리가 띵해진다.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엄마. 아빠 어딨어? 왜 울어?"

"누가 괴롭혔어??"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언니와 동생은 학원을 성실히 다니기 때문에 집에 늦게 온다.

하지만 나는 학원을 성실히 다니지 않았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 그땐 그럤다.

언니와 동생이 다니는 학원의 숫자보다 적기도 했다.


아무튼 집으로 갔을 때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항상 집에 가면 아빠가 러닝셔츠를 입고 반바지 차림에 아주 편한 자세로 리모컨을 손에 쥐고 티브이를 시청하거나 아니면 낮잠을 자고 있어야 정상인데, 오늘은 뭔가 모르게 이상하다.

분위기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이제 초등학생이 아니니 어느 정도 머리는 돌아간다.

집을 경찰처럼 수색했다. 

여기도 들춰 보고 저기도 들춰보고 난장판인 집을 더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아니 엄마 아빠가 어딨 냐고" 하면서 다그치며 물었다.

" 아빠 조금 있다가 오실 거야 지금 병원에 갔어"라고 말을 하신다.

"병원? 무슨 병원? 왜? 어디 다쳤어?"라고 걱정이 너무 돼서 물었다.


그 순간 아빠가 들어왔다.

"아빠 아빠. 어디 갔다 왔어?"라고 물어보니 아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한테 말한다.

"걱정 마. 난 아니야.  병원 가서 보니 아직 정신은 없다고 하는데 경찰서는 가야 될 거 같아"

라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말들을 둘이서 하신다.

"칼은?" "칼은 찾았데?" "아니 그 사람 자기가 그런거면 증거가 있을거 아냐"

"증거도 없이 당신한테 경찰이 왜 와?" 엄마는 흥분상태.

경찰??? 무슨 경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경찰은 나쁜 사람들을 잡아 가는데, 왜 우리 아빠를 잡아가려고 하는 건가? 왜 아빤 경찰서를 간다고 하지?

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았지만 이때는 머리가 띵해서 그저 아빠랑 엄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몇십 분이 지났다. 정말 쇼킹 그 자체다.

"000 씨? 000 씨? 집에 계시죠? 00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라고 하면서 경찰들이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내가 아까 했던 행동하고 똑같은 행동들을 한다.

"아까도 오셔서 다 뒤져 보셨잖아요. 근데 왜 또 오셨어요!"라고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아저씨들 왜 우리 집에 맘대로 들어오세요? 경찰아저씨들은 아무나 집에 맘대로 막 들어와도 돼요?"

라고 당차게 몰아붙였다. 어이가 없는지 아저씨들이 말을 한다.

"사모님. 아이도 있는데 그냥 조용히 사장님만 모시고 가서 조사만 하고 보내드릴게요"

무슨 소리인지 당최 이해가 안 가는 나였다.

"아니 경찰 아저씨 우리 아빠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알려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무슨 경찰이 이래!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잡아가면 저도 같이 잡아가세요. 난 아빠 없음 안돼요"

라고 말해버렸다.


경찰아저씨가 말한다.

"몇 학년이니??"

대답했다.

"왜요? 말하기 싫은데요?""말 안 하면 잡아가나요?"

그냥 짜증이 났었다..

"허허허"하고 웃으면서 "아빠 별일 없을 거야. 놀라게 해서 미안해"라고 말을 한다.

그냥 그때 경찰 아저씨가 마냥 미웠다. 

정확히 그 경찰 아저씨들은 신발도 안 벗고 우리 집에 들어온 예의 없는 사람이었다. 내 기억은 명확하다. 

아마 그래서 내가 화를 냈었던 기억이다.


일주일 가까이 아빠가 집에 오지 않는다.

그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아빠가 잠을 잔 자리에 가서 울면서 잤다.

아빠가 영영 안 오면 어쩌나 걱정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었다.

엄마는 뭐가 저리 바쁜지 아빠도 없는데 하루종일 나가서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온다.

"엄마는 아빠가 지금 오지도 않는데 도대체 뭐 하는 거야"라고 원망을 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갈 무렵 아빠가 다시 돌아왔다.


사건의 전말.

이날은 아빠가 연탄창고를 넓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옆에 자투리 땅을 조금 더 사서 창고를 좀 더 키우셨던 모양이다. 

나는 아빠가 연탄 장사를 하는 게 그때는 부끄러웠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언니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언니는 울지 않았다. 

울보 언니가 안 운 거는 엄마가 미리 뭔가 말해줬다는 증거인 거다.


아무튼 나는 몰랐다. 남동생도 마찬가지.

아빠가 연탄 창고를 넓히고 점점 주문량이 많아지고, 외지인으로 와서 "친화력 짱"인 우리 아빠는 주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거가 있으면 무조건 혼자 가지지 않고 주변에 다 주시는 편이다. 맛있는 음식도 좋은 물건도 나눌 수 있으면 다 나눠가지신다. 그들이 주지 않아도 아빠는 주는 걸 좋아하신다. 

그래서 엄마가 좀 힘들어 하긴 했다. 그탓인지 남동생도 연필이고 색연필이고 친구들한테 나눠주고 매번 다시 사고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나눠주기 좋아하고 주변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애가 3명이나 있는데도 애들 학비나 학원비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산다고 주변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했었나 보다.

그렇지만 누구나 빌런은 있는 법.

아빠의 창고에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 사장님은 그와 정 반대평소에 아빠와 비교를 많이 당하신 모양이다.

항상 사람들이 슈퍼에 모여서 낮술을 한잔씩 걸치면서 아빠를 불렀고 거기서 비교를 하곤 한 것 같다.

아빠가 그만하라고 무안해서 말해도 주변어르신들은 비교를 했던 것 같다.

그 슈퍼아저씨는 맨날 술 먹고 와이프를 폭력적으로 때려서 와이프는 매일 눈에 멍이 들어있고, 아이들도 있는데 밥도 잘 못 챙겨줄 정도로 와이프를 때려서 애들이 엄마 밥을 차려줄 정도에, 밤만 되면 나가서 도박을 하고 아침마다 사채업자들이 슈퍼에 와서 횡파를 부리고 했던 모양이다.


횡포를 부릴 때 아빠가 일찍 새벽에 나가기도 하고 일찍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와서 그 슈퍼집 아주머니에게 때리고 부수고 하는 것을 몇 번 보시면서 그 깡패들을 말리거나 한 적도 많으신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지랖이다" "그러던지 마던지 놔두도 될것을 아빠는 못참는다"


그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데, 그 슈퍼아저씨는 우리 아빠가 꼴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 아저씨가 결심을 한 모양이다.

슈퍼에서 파는 일회용 칼을 가지고 자신의 손목을 긋고 얼굴도 긋고, 목도 그은 모양이다.

피칠갑이 되어서 슈퍼 뒷골목에 쓰러져 있었던 것을 이웃사람들이 발견했다고 한다.

근데 용의 선상에 아빠가 오른 것이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 특별히 앙심을 품을 만한 인물 등 거기에 아빠가 끼워 맞춰진 거다.

피 묻은 칼도 찾았다고 한다. 아빠의 지문이 찍힌 칼이 발견되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실상 알고 보니 그 슈퍼에서 아빠가 일회용 칼을 집에서 쓰려고 산거는 맞다.

그걸 피도 안 묻어 있었는데, 경찰이 그 칼을 집을 이 잡듯 뒤져서 하나 찾은 게 아빠가 썼던 일회용 칼이었다.

그 칼에는 당연히 아빠 지문이 있고 엄마 지문도 있다. 

그 칼에서 혈흔은 없다. 하지만 왠지 피가 나왔다고 한다. 

엄마는 그게 너무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밤낮으로 그 피 묻은 칼을 그 슈퍼 주변을 이 잡듯 뒤지신 모양이다.

옛날 일회용 칼(이미지)

쓰레기수거가 그때 당시만 해도 매일은 아니었었나 보다.

엄마가 삼일을 뒤져서 그 아저씨가 자기 손으로 직접 손목을 긋고 목을 긋고 얼굴을 그은 그 피 묻은 일회용 칼을 그 슈퍼마켓의 뒤에 어떤 집의 쓰레기통에 휴지와 함께 말아서 버린 것을 엄마가 발견한 거다.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물건을 잘 찾는 것도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엄마가 뭐 숨겨두면 기가 막히게 내가 찾아낸다고 엄마가 말하곤 했었다.

아무튼 그 칼을 가지고 엄마가 봉투에 넣어서 경찰서에 가져다가 줬다.


이러면 경찰이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칼이 두 개인 거다. 분명 사건의 중심에는 칼이 하나여야 하는데, 두 개다.

그렇다 날조한 거다

빠르게 수사를 종결하려는 경찰에서 아빠를 범인으로 낙인찍고, 수사를 종결하려고 했던 거다

그렇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아빠는 강력히 무죄를 주장했고 주변사람들에게 "아빠의 평판을 들어도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절대 그럴 일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았다.

그 반면 죽으려고 했던 사람은 평판이 "개판"이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평판도 중요한 거 같다고 이때 느꼈다.


이 아저씨 때문에 아빠가 범인이 된 거는 경찰 잘못만은 아니다.

이 아저씨가 그전부터 사람들한테 "이사장 저 새끼 내가 죽여버릴 거야" " 저 새끼가 죽던 내가 죽던 둘 중 하나는 죽어야지" " 저 새끼가 나 죽이려고 일부러 새벽부터 일찍 나와서 기회만 보고 있다" 라는등 나름의 범행 동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사람의 질투심이란 참으로 무섭다. 

아빠는 질투에 의한 범죄에 얽힌 것이고 범죄자가 될 뻔했다.

하지만 엄마의 노력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아빠는 일주일 동안 조사를 받았다.

집에 온 아빠는 꾀죄죄했다. 밥도 못 먹은 사람처럼 더 말라있었고, 잠도 못 잤다고 한다.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가희 상상할 수는 없다.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 그 시절의 지금의 영화들을 보면 우리 아빠도 저런 식으로 조사를 받았을까? 하는 맘이 가끔 들기는 한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그 아저씨는 죽었다.

자신의 질투심과 자신의 못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명을 해했다.

슈퍼마켓 아줌마가 아빠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엄마는 아빠를 따라 연탄장사를 나섰다.

또 아빠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엄마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빠와 몇 층 짜리 건물이던지 연탄 잡게를 양손에 쥐고 연탄을 나르면서 고된 일을 했다.

그러다 엄마는 많이 아프고 힘들기도 했었다.

이때 이 사건은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었고, 이후 경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박혔다.

지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때만큼은 "경찰"이라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고 힘없는 사람들을 잡는 "슈퍼맨"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는 "나쁜 경찰들"이라는 수식어로 뇌리에 박혔던 기억이다.


이래서 어릴때 자라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것이 살아가면서 많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 인식이라는것이 어떠한 순간 다시 깨우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것도 알수있었다

지금의 내 뇌리의 경찰은 좋은 이미지이지만 이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는 참으로 오래 걸렸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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