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스트레스 관리
흰머리 새치 때문에 염색하시는 분들은 얼마 만에 염색을 하시나요? 보통 귀밑머리나 앞머리 쪽, 눈에 잘 띄는 부분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뿌리 쪽이 허연색으로 드러날 때 염색을 하게 되는데요. 아마 대개 2주에서 3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어떤 때는 3주가 지나도 흰머리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은 적도 있고, 반면에 어떤 때는 2주가 갓 지났는데도, 흰머리가 많이 보이는 적도 있지 않나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서 혹시 그게 기분 탓인가 했는데, 그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부 마틴 피카드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모발이 색소를 잃어 흰머리가 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모발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와 흰머리가 사라지는 것도 확인됐다고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흰머리와 관련됐다는 속설은 이미 18세기에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혁명으로 처형당하기 전날 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Marie Antoinette Syndrome)’이란 말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 슬픔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하게 됐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은 단지 모발의 색소만 잃게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질환, 면역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오랫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고,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아야 건강하고 젊게 살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그 누구도 살면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어야 우리 생활에 긴장감을 줘서 발전도 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든가, 스트레스를 제 때 해소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될 때인데요.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나를 짓누를 때마다 정말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차근하게 되새겨보는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건강, 행복, 가족, 여가, 경력, 돈 등의 항목에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겁니다. 그러면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무시할 수 있는 배짱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데서 비롯될 때가 많거든요. 지금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새삼 살펴보면 그 아말로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내가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매겨서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미루고 있으면서, 그렇다고 즐겁게 놀지도 못하고 마음 불편하게 지내고 있으면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어차피 김서방이 할 일이다." 어차피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일인데 뒤로 미룬다고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셨어요. 그러니까 김서방인 내가 해아 할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얼른 하는 게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입 내밀고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하기보다는 즐겁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면 스트레스는커녕 일을 마치고 난 후 만족감이 큽니다. 반면에 내가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루다 보면 하루하루 지날수록 스트레스가 복리로 늘어나게 되지요. 스스로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책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선순위에 따라 반드시 해야 할 것, 하면 좋은 것에 대한 목록을 만들고 실천을 하면, 저절로 시간관리까지도 돼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석이조가 되는 거지요.
그리고 살다 보면 누구나 상황에 따라 심지어 계절에 따라서도 기분이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꾹꾹 참으시나요? 아니면 부모님 또는 남편이나 아내처럼 제일 만만한 상대에게 그 기분을 전가시키시나요? 부정적인 기분을 적당히 풀지 않고, 그렇게 소위 만만한 상대에게 전가시켜 버릇하면 가장 가깝고 친한 관계마저 무너뜨리게 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아무리 가깝고 친한 관계도 받아주고 참고 인내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스트레스는 누군가에게 전가해도 결코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장 친한 관계를 손상시켰다는 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나도 모르게 조금씩 쌓이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할까요? 스트레스는 내가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는 순간, 스트레스라는 폭탄이 돼서 그냥 놔두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로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폭발하게 되는데요. 그 폭발의 방향이 외부를 향할 땐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자신을 향할 땐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만병의 뿌리가 되곤 하지요. 그래서 스트레스 대처법은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푸는 게 가장 최선입니다.
스트레스 푸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효과를 본 방법이 ‘좋아하는 음악 듣기’입니다. 기분이 꿀꿀할 때는 좋아하는 노래 몇 곡 들어보세요. 금방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건 제 경험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한 건강매체가 소개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음악은 불안과 고통을 줄여준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특히 일어나서 춤을 추면 더욱 좋다고 해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추는 장면들이 꽤 있잖아요.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좀 흔들어 보세요. 그럼 기분도 좋아질뿐더러, 운동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러 명이 음식점이나 카페에 갔을 때 내가 딱 원하는 메뉴를 시키기보다는 대충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를 듣고 “나도 그거 주세요” 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대개 이러는 분들은 거절도 잘 못하시지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뒤에 주문하려는 줄이 아무리 길게 서있어도 "캐러멜 마끼아또 주시는데, 너무 달지 않게 캐러멜 시럽 적당히 주시고, 샷 추가에 시나몬도 뿌려주시고요" 이런 식인데요. 아마 50+ 중에는 하도 참고 사는 게 습관이 돼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뿐만 아니라 내 앞에서 누가 그렇게 주문을 하면 오히려 속으로 ‘뭘 저렇게 까탈스럽게 주문을 하나?’하고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 또 살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만 잘 관리하고 살아도 우리는 참 건강하고 훨씬 젊게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