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기본을 일깨우는 주문, '뭣이 중한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밥이 보약’이라는 말로 밥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실제 아무리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어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지요. 반면에 따로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지 않아도, 제 때 골고루 식사하는 분들은 비교적 건강하십니다. 그러니까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밥이 건강에 기본’이라는 걸 강조한 거지요. 삼시 세끼 잘 챙겨 먹는 게, 보약 챙겨 먹는 것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기본’은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을 말합니다. 기본이 튼실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것들이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처럼 부실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밥이 건강에 기본’인 것처럼, 기본은 뭔가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단순합니다. 자연의 이치가 바로 이 세상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 인생에서 가장 기본은 건강인데, 그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운동), 바로 이거잖아요. 그러니까 자연의 이치대로, 밤새워 일하거나 놀지 말고,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식사 잘 챙겨서 하고, 귀찮아도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면서, 배변활동도 규칙적으로 이뤄지게 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이런 자연의 이치 속에는 ‘때’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기본으로 들어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 있으실 거예요. 제 때 하면 제일 수월하고 잘할 것을, 그때를 놓쳐 아쉬워하고 힘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또 미리 때를 앞서해서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다 때가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가르침을 전해주셨습니다. 때를 잘 맞춰 사는 게 바로 기본이고, 또 제일 잘 사는 방법이면서, 바로 그게 행복을 일궈 나가는 방법입니다. 식사만 해도 때에 맞춰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하거나 폭식할 위험이 훨씬 줄어듭니다. 오히려 다이어트한다고 아침 점심 내내 쫄쫄 굶다가, 저녁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식하거나 과식해서, 다이어트는커녕 몸만 상하는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또 ‘때를 지킨다’는 것은 ‘때에 맞춰하는 것’ 뿐 아니라, ‘때를 충분히 누리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러니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바삐 먹거나, 대충 먹는 것도, 인생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위해 매일 제 때에 식사하는 그 시간은, 실로 그 어떤 시간보다도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야말로 나를 먹여 살리는 시간이니까요.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종종 욕망과 욕심, 조급함에 휩싸여 중요한 기본을 너무나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본인 건강과 또 그 건강에서 가장 기본인 식사마저도 이렇게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가 많은데, 다른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이든, 운동이든, 사업이든, 인간관계든, 모든 면에서 기본이 중요합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어디에서든 탈이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려면 내가 기본을 잘 지키고 있나 수시로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살면서 욕망과 욕심, 조급함에 휘둘려 이게 기본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다면, 영화 ‘곡성’에서 아버지를 향해 소리치던 딸의 대사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뭣이 중헌디?" 그러면 기본을 가리고 있던 곁가지는 물론, 위에 덧없이 쌓여있던 꺼풀들이 치워지면서, 정말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드러나게 됩니다.
전에 뉴스에서 게임하느라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를 방치하고 그에 더해 시끄럽다고 아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급기야 아기를 죽음에까지 몰아넣은 젊은 부모 얘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젊은 부부에게는 아기의 생명보다 게임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무책임하게 아기를 낳았던 거지요. 스스로 나는 부부로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자식을 낳아 키우기보다 자유롭게 게임하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인정했더라면, 어쩌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때때로 '무엇이 중헌디?'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하는 게 참 필요합니다. 실제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건, 가장 좋고 가장 빠른 지름길로 인생의 목적지를 향하게 해 주거든요.
만약 지금 내가 뭔가에 연연하면서 진을 빼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세요. '뭣이 중헌디?' 그러면 마음을 덮고 있던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진을 빼고 연연해하던 것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를 겁니다. 예를 들어 건강도 좋지 않은데 어떤 매듭이 풀리지 않아 끙끙대느라 몇 날 며칠 잠도 자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내 건강을 위해 차라리 그 매듭을 잘라버리거나, 묶인 채로 내버려 두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 세상에 가장 기본 되는 가장 중한 것은 바로 내 건강이니까요. 심지어 바람을 피우는 분도 가정을 지키는 것과 새로운 사랑을 놓고 '뭣이 중헌디?' 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더 이상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거나, 이혼을 하겠다거나 스스로 중하다고 생각하는 쪽을 따라갈 길이 보일 겁니다.
'뭣이 중헌디?'라는 질문은 복잡한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행복공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