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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02.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37.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착각

 요즘 휴대폰과 pc화면 등으로 눈을 혹사하다 보니까 노안이 일찍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 겨우 40대인데도 돋보기안경이 필요한 분들이 계시던데, 노안이 와서 돋보기안경을 맞추러 갈 때 어떤 느낌이 들까요? 이미 돋보기안경을 맞춰보신 분들은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혹시 ‘아.. 나도 이제 늙었구나’하는 생각에 기분이 처지면서 한숨이 나오던가요? 그럼 테는 어떤 걸로 고르셨나요? 혹시 제일 싼 안경테가 아닌가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시각은 여기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돋보기안경을 고를 때도 선글라스 고를 때처럼, 이왕이면 나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안경으로 맞추시기 바랍니다. 나는 책도 많이 읽지 않고, 그저 잘 안 보이는 글자 볼 때나 잠깐 쓰는 건데, 뭣하러 비싼 안경을 맞추냐 하는 편견은 바뀌어야 합니다.

      

 선글라스 고를 때를 생각해 보세요. 선글라스는 그냥 멋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백내장이나 황반변성 등 안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쓰는 거지요. 특히 중년 이후에는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게 필수여서 선글라스를 맞추거나 사서 쓰는 건데, 그럴 때 어떤 것을 고르세요? 그때도 ‘아.. 나도 이제 백내장과 황반변성을 걱정해야 하다니, 늙었구나’ 하면서, 제일 싼 안경테를 고르시나요? 아마 선글라스 고를 때는 대개 이왕이면 유명 패션 브랜드의 멋진 안경테에, 이왕이면 좋은 안경알을 사용한 제품을 고르려고 하실 걸요? 심지어 선글라스를 눈을 보호하는 용도보다 멋내기용에 더 무게를 둬서 고르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이처럼 돋보기안경을 고를 때의 마음과 태도도 달라져야 합니다. 돋보기도 코 끝에 걸쳐 쓰고 눈을 치켜뜨면서 이마에 잔뜩 주름살을 만드는 식의 안경이 아니라, ‘오, 근사한 안경 썼네’ 하고 보이는 안경으로 고르셔야 합니다. 그러면 돋보기안경을 썼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실제로 나의 제2의 인생을 스스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돋보기안경 쓰는 게 뭐 어때서?’ ‘근시인 사람들은 안경 쓰면 눈이 작아 보이는데, 돋보기안경 쓰면 예쁜 눈, 잘 생긴 눈이 더 커 보이잖아?’ 거기에 더해 이런 나만의 착각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 나는 안경 쓰니까 더 멋있네.’ 때로는 이런 스스로만의 착각도 행복에 필요합니다.      


 살면서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지만, 남의 시선에 휘둘려 살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남들은 나한테 그리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설령 관심을 가져도 내가 쭈뼛거리면 이상하게 보지만, 내가 당당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고, 더욱 당당하면 좋은 쪽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항상 모든 것에 열려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스스로를 가둘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나이가 줄어들 일은 없고 나이가 많아질 일만 남았는데, 나이 드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편견을 가진다면 스스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는, 돋보기안경이 늙었다는 상징이었다면,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은, 돋보기안경도 단지 시력 교정용 안경일 뿐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눈뿐 아니라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귀도 혹사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 가운데도 난청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벌써 ‘패션 보청기’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해요. 하긴 예전에는 안경을 쓰는 것도 보청기를 끼는 것처럼 어색하게 여겼잖아요. 그러던 안경이 멋을 내는 소품으로 변한 것처럼, 보청기도 예전에는 보청기를 끼고 있다는 게 알려질까 봐, 살색으로 된 작은 보청기를 귓속에 삽입하는 형태였다면, ‘패션 보청기’는 귀 뒤로 거는 귀걸이형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측면이 강조돼서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젠 보청기 하면 떠오르는 연상, “할아버지!”, “뭐라고?” “할아버지! 제말 안 들리세요?” “뭐라고?” 이런 게 아닌 겁니다.      

 이처럼 세상은 변하고, 시각의 차이나 상황에 따라 우리가 정답으로 알았던 것들이 정답의 자격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예전에나 정답으로 여겨지던 것을 지금도 정답이라 철석같이 믿으면서 굳이 의기소침해질 이유가 없는 거지요. 돋보기안경은 가까운 곳을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안경이고, 보청기는 잘 안 들리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일 뿐입니다. 이젠 돋보기안경도, 보청기도 나이와 연관 짓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욱이 ‘세상에 정답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세상에는 정답 대신 선택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내가 선택하면 가치가 생기고 책임도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착각은 착각이 아니라 진리가 되듯이, 내가 정답이라고 느끼면 정답인 겁니다.     


 오늘부터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착각을 많이 하시면서,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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