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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12.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38. 꽃들의 대화

 보통 어떨 때 기분 좋고 행복하세요? 혹시 누구와 똑같이 집을 샀는데, 그 사람 집값은 그대로이거나 떨어졌지만, 우리 집값은 올랐을 때, 기분이 좋고 행복하세요? 그럼 반대로 누구와 똑같이 집을 샀는데, 우리 집값은 그대로이거나 떨어지면, 기분이 몹시 나쁘고 불행하신가요? 

 하긴 인간에게는 ‘샤덴프로이데 심리’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 쾌감, 행복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심리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인간의 경쟁적 본성과 관련된 심리현상이라고 해도 그렇지, 나는 ‘내 집이 있어서 행복하다’가 아니라, 남의 집과 비교해서 ‘남의 집보다 나아야 행복하다’ 면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건, 절대적인 행복이 아니라, 그런 상대적인 행복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적으로 오색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과 파랗게 돋아나는 새 잎들을 보세요. 이들은 산이든, 들이든, 길가든, 심지어 아스팔트가 깨어진 틈이든, 봄이 되면 최선을 다해 소중한 생명력을 보여 줍니다. 아스팔트 틈에 핀 꽃이 산이나 들에 피는 꽃보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면 싹도 틔우지 못하겠지요. 또 목련은 자기 꽃송이가 크다고 뽐내지 않고, 개나리는 진달래와 아름다움을 비교하지 않고, 벚꽃은 자신이 가장 화려하다고 다른 꽃들을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꽃들은 ‘내가 먼저 피어나겠다’고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서로 묵묵히 자신이 피어날 곳에서, 자신이 피어날 때에 맞춰, 열심히 자신의 꽃을 피워냅니다.     


 어떠세요? 이런 자연처럼 세상을 산다면, 세상에 화나고 속상하거나 불행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툭하면 뽐내고, 비교하고, 남을 우습게 보고, 늘 내가 우선입니다. 내가 늘 최고가 되길 원하지요. 게다가 항상 모든 것에 조급하다 보니 내가 남보다 빠르게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부모조차 자식의 대기만성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잘난 부모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편법을 써서 자식의 인생방향을 자기 입맛대로 수정하거나, 억지로 빨리 자신의 레벨로 올려놓으려고 무리수를 던지기도 하는데요. 그건 어쩌면 '자식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자식학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제일 심한 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식 생각과 태도입니다. 오죽하면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마치 사자성어처럼 쓰일 정도로, '내로남불'식 생각과 태도가 사회에 만연하게 됐을까요? ‘내로남불’을 제대로 된 한자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아시타비(我是他非)’ 쯤 될 수 있겠지요.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말이니까, 세상에 이런 오만한 시각이 또 어디 있겠어요? 이런 오만한 시각으로는 행복과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은 처음에는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좋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칫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기 쉽고, 그러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나만 잘 될 뿐 아니라 최소한 남도 피해를 보지 않아야 '우리'가 탈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탈이 나면 우리 속에 있는 내가 어떻게 편히 살 수 있겠어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얘기했던 데는 다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지요. 생물과 생물, 자연환경과 생물, 인간과 다른 생물, 이 모든 게 그물처럼 촘촘하게 연결돼서 지구의 커다란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어느 하나에 구멍이 뚫리면 결국 전체가 그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마치 뜨개질할 때 코가 한 개 빠지면 올이 계속 풀리게 되는 것처럼요.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나’, ‘저런 너’, ‘이런 우리’, ‘저런 우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나나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고 여기면, 함께 살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나 우리만 옳다고 생각하는 집단은 처음엔 좋았을지 몰라도, 고립되고 고인 물이 되어 버려서 발전할 수 없습니다. 고인 물은 험한 항로를 흐르지 않아도 되지만 썩기 쉽지요. 서로 달라도 대척하지 않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이해하고 양보하고 협력할 때 ‘발전의 시너지’가 나오게 됩니다.     

 

 꽃들은 떨어질 것을 미리 염려하거나 추운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꽃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면 꽃을 피울 수 없고, 봄에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건, 추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미리 사서 걱정하거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말고, 봄을 맞이할 때는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음에 무엇보다도 먼저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찬란한 봄에 남과 비교하면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말고, 또 절망이나 좌절도 하지 말고, 또 나 혼자 잘났다고 뽐내지도 말고. 봄꽃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박한 가르침대로 각각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잘 피워내면서 멋진 조화를 이뤄내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봄에는 꽃구경 하시면서 꽃들의 아름다운 겉모습만 보지 마시고 꽃들이 하는 말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 들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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