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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Sep 05.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4. 이 또한 지나가리라

< 4.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우리가 흔히 힘들고 좋지 않은 일과 맞닥뜨렸을 때 위안과 용기를 얻는 말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명언입니다. 이 말은 명언일 뿐 아니라 증명된 진리이기도 합니다. 

 

 한여름 너무 덥고 폭우가 쏟아져서 견디기 어렵다가도, 가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금방 선선해지고 높고 파란 하늘이 되잖아요. 또 살면서 힘들고 좋지 않은 일도, 그 일에 내가 매몰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다른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시간이 멈춰있지 않고 계속 흘러가듯이 세상도 계속 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현재 힘든 것만 생각하고, 지금의 고통만 부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사실 고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당히 주관적입니다. 오죽하면 ‘내 고뿔(감기)이 남의 염병보다 더하다’는 속담도 있을까요. 그러니 힘들다고 여겨질 때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질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럴 땐 나를 일깨워줄 뭔가가 필요한데, 그럴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명언이 아주 유용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지만, 누구는 금방 그 상황을 떨쳐내고 일어서는 반면, 누구는 좌절하고 무너져버리기도 하는데, 그 차이는 뭘까요? 말에는 실제 ‘주문’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인셉션’이라는 영화에서는 ‘라 비앙 로즈(La Vie en Rose)’라는 노래가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킥’으로 사용되지요. 그처럼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주관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킥’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명언을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되뇌면서, 그때 더없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으로부터 헤어 나오는 거지요. 그러면 지금 이 순간에 발목을 붙들리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준비하도록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진짜 보석 같은 명언이 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성경 주석인 ‘미드라시’에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기술한 부분이 있는데, 기원전 1000년에 고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으로 추대된 다윗왕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고 해요.

 다윗왕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그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반지를 만들기로 하고, 반지세공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를 위해 반지를 만들거라, 다만. 그 반지에 내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게 될 때 그런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동시에 내가 절망에 허우적거리게 될 때 그 글귀를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반지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다윗왕의 명령대로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그 말을 전부 들은 솔로몬 왕자는 이렇게 조언을 했다고 하지요. 

 “반지에 이렇게 새기시오. ‘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

 이런 글귀를 생각해 내다니, 정말 솔로몬은 ‘지혜의 왕’ 답습니다.     

 

 ‘세상사’라는 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늘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좋은 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겸손하고 근신할 줄 알아야, 좋지 않은 상황도 그처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을 때는, 좋은 게 천년만년 갈 것처럼 좋은 기분에만 취해있기 일쑤고, 나쁠 때는 다시는 좋을 때가 없을 것처럼 낙담하고 의기소침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세상은 극과 극이 만나 조화를 이루면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낮과 밤이 그렇고, 높고 낮음이 그렇고, 길고 짧은 게 그렇고, 안과 겉이 그렇고, 암수가 그렇고, 따져보면 세상 모든 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극과 극은 닿아 있다는 말도 하지요. 겨울이 끝나면 계절이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봄으로 시작하잖아요. 우리 선조들도 예로부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라고 하면서, 이런 가르침을 후대에 전하셨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한 번 성하면 반드시 쇠한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속담이나 사자성어에는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 많습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나 전화위복(轉禍爲福)도 지금 상태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걸 나타내는 사자성어지요. ‘권불십년(權不十年)도 그렇습니다. 지금의 권력이나 부귀가 영원할 듯하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말입니다. 이 말들은 모두 세상 이치의 기본이 되는 원리는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한번 스스로 혹시 내가 치우친 면이 있나 없나 살펴보시지요. 사실 이렇게 스스로를 살피는 정도만 되어도 인생의 상급생입니다. 게다가 행복은 삶을 사는 태도이고 습관이기도 합니다. 힘든 오늘도, 기분 좋은 오늘도, 그 어떤 오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에서 예외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많이 만들어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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