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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Sep 05.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5. 식탐과 허기

 중년 이후 체중이 늘어서 고민이라는 분들 많으시지요? 심지어 먹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살이 자꾸 찌니까 화가 난다는 분도 계십니다. 하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것만큼 속상한 것도 없습니다. 더욱이 돈이 없거나 음식이 없어서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눈앞에 두고서도 먹지 못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나마 식욕을 취미 등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으면 식욕을 다스리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상대적입니다. 식욕 자체는 생명체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이 들어 ‘먹는 게 낙’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더 속상하실 겁니다. 아무래도 살을 빼려면 식이요법이 기본인데, 그러자면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덜 먹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기름진 음식, 달콤한 음식, 짭짤한 음식은 멀리 해야 하는데, 보통 살쪄서 고민하시는 분들은 이런 음식을 좋아하십니다. 간식이나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그것도 멀리 해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하루아침에 사는 낙이 줄게 됐다고 말할 만합니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다이어트에 성공을 하면 좋은데, 다이어트에 성공도 못하면서, 안타깝게 먹는 낙만 잃어버리고 삶의 질만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 몸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별로 먹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해도, ‘팩트 체크’를 하면 바로 들통이 납니다. 몸이 움직여서 소비하는 에너지에 비해, 먹어서 축적되는 에너지가 많으니까 살이 찌는 겁니다. 덧셈 뺄셈만 해도 바로 알 수 있는 현상입니다. 또 몸무게를 재어보지 않아도 몸무게가 늘어나면 몸은 바로 압니다.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힘들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헉헉 숨이 가빠지고, 앉았다 일어날 때 나도 모르게 ‘아이구구’ 앓는 소리를 하게 됩니다.    

  

 더구나 나이 들면 젊었을 때와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게 됩니다. 젊었을 때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이 들면 근육은 빠지고 지방은 잘 붙는 몸으로 변하게 된다고 하지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몸의 근육량은 30대 중반에 절정에 달했다가 40대에는 1년에 0.5~0.8%가량 줄어들고, 50대 이상이 되면 매년 1%씩 줄어들어서, 80대가 되면 30대 중반에 비해 반토막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40대부터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해서 지방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육이 적을수록 기초대사량은 더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한다는 게 말은 간단하지만 쉬운 게 아닙니다. 40대 이후 살이 쪄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우선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많이 먹게 되는 건 식탐 때문입니다. 식탐은 육체적인 허기보다 마음이 허할 때 나타나는 욕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 뭔가 결핍을 느끼기 때문에 자꾸 식탐을 느끼게 되고, 배가 부른데도 많이 먹게 되는 겁니다. 이른바 마음의 허기가 식탐으로 나타나는 거지요. 정신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래려고, 배가 부른데도 배부른 줄을 모르고, 또는 배가 불러도 멈추지 않고 음식을 찾게 되는 겁니다. 내가 그런 상태일 때는 몰랐어도, 이렇게 한 발 비껴 서서 객관적으로 얘기를 나눠 보니까 정신적인 나의 허기가 왠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식탐에 빠진 내가 안쓰럽게도 느껴집니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먼저 자신을 잘 살펴서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다이어트가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 들어 지방이 잘 붙는 몸으로 바뀌는 변화에는, 자연의 큰 가르침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식탐은 모든 욕심의 기본이니까, ‘나이 들면서 식탐을 비롯한 모든 욕심을 줄여라’ 하는 게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 또 마음의 허기가 식탐으로 자라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해 줘야 한다’는 게 두 번째 가르침입니다. 중년 이후에 느끼는 마음의 허기는 여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인정받고 싶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족들이 그 점을 인정해 주고 고맙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한 게 현실이지요. 자식들은 저 잘나서 큰 줄 알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기가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마음의 허기가 채워질 리 없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인정과 보상은 이미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 가족 모두 건강하고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면, 그게 바로 열심히 살아온 증거이자 보상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잘나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시선을 높게 둬서 그렇지, 세상에는 건강을 잃거나 이런저런 안 좋은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거나 당연한 게 아닙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좋은 결과이자 대단한 축복입니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가정은 안 좋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온 인생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런데 그토록 내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덧없다고 여겨지고 마음이 허한 겁니다.


 불현듯 마음이 허하고 인생이 무상하게 느껴질 때는 ‘그래, 나는 참 열심히 살아왔어. 잘 살아온 거야. 그때 그 상황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어’ 이렇게 스스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먼저 인정할 때, 허했던 마음이 감사로 가득하면서 그 노고가 이미 보상받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을 가족들이 인정하고 보상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나 스스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칭찬하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세요. 그래야 기운을 내서 앞으로의 나의 삶을 아름답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 식탐을 비롯한 욕심으로 가득하면 추하기 짝이 없고, 남이 나를 인정하고 보상해 주기만을 바라면 외롭고 쓸쓸하게 됩니다. 식탐을 부르는 마음의 허기는 감사로 채워야 충족될 수 있고, 다른 욕심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또 하나 관건, 운동은 어떨까요? 그야말로 운동이 최소한 습관이 되거나 중독이 되기 전에는 누구나 운동을 하러 나갈 때, 갈까 말까 마음에 유혹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유혹에 지는 분들은 갖은 핑계를 대지요. '비가 오니까 우산 쓰고 가기가 거추장스러워서 가기 싫다', '늦게 일어나서 운동 시작 시간이 늦어졌는데 그냥 쉬어야겠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운동을 생략해야겠다' 등등 갖다 붙일 수 있는 핑계는 다 가져다 붙입니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꾸준히 하는 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하러 나가고, 설사 무슨 일이 있어서 운동시간에 늦게 되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때라도 운동하러 갑니다. 그 어떤 약속보다 운동이 당연히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마음에 할까 말까 갈등 없이 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나를 사랑하면 됩니다. 운동이 나한테 좋은 거라는 걸 알면서도 못하고 안 하는 건, 다른 걸 운동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는 건데요. 나를 사랑하면 나에게 좋은 운동을 당연히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에 두게 되겠지요. 한 번 되게 아프고 나서 그때서야 정신 차리지 말고, 평소에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상을 지내면, 식탐을 비롯해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욕심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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