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새해 인사
보통 새해가 되면 특별한 인사를 하게 되지요.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이 두 가지가 새해 인사의 단골 레퍼토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인사들은 겉으로는 단지 건강하고 행복을 빌어주는 것처럼만 보이지만,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건강하고 행복하려면 노력이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건강하기 위해 식습관이나 운동을 챙기는 등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 많잖아요.
그런데 행복에 대해선 어떤가요? 행복도 건강처럼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건데, 행복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행복해라’,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복을 지어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마치 한 코 한 코 뜨개질을 하듯이, 매일매일 복을 짓다 보면 행복이라는 옷을 입게 된다는 거지요.
그럼 복은 어떻게 지을까요? 복을 짓는 가장 기본은 바로 ‘현재에 집중하기’입니다. 과거에 붙들려 속상해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면서, 자연이 그러하듯 나 자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겁니다. 자연은 겨울에 잎이 떨어질 것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봄에 새싹을 틔우지 않잖아요. 봄이 오면 열심히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열심히 무성해지고, 가을에는 가장 아름답게 단풍 들다가 장렬하게 잎을 다 떨구고,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채로 최선을 다해 견딥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연처럼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현재에 충실하지 않다는 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에 충실한 것을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걸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을 일궈내자면, 소망을 갖고 계획을 세워서 나 자신을 응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해 소망은 남녀노소 누구나 갖는 거지만, 새해 계획은 그렇지 않지요. 젊었을 때는 지키지 못하는 게 문제지, 뭔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에 관한 계획들을 많이 세우지만, 나이 들어 왠지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면, 새해 계획을 잘 세우지 않게 됩니다. ‘내가 이 나이에 그거 배워서 뭐에 쓰겠어?’,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초라한 생각이 앞서니까요. 하지만 지내놓고 보면, 어찌 됐건 그래도 계획을 세우고 지낸 한 해가, 좀 더 노력하면서 보낸 한 해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 계획에서 세우는 목표는 너무 크지 않은 게 좋습니다. 목표가 너무 크면 실패로 이어지기 쉽고, 그런 실패가 거듭되면 자신감도 떨어져서, 나중에는 아예 그 목표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에계, 겨우 그게 목표야?’ 할 만큼 실현하기 쉬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면 달성하기 쉽고, 그런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 자신감과 자부심이 커지면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됩니다. 일종의 나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가령 새해를 맞아 목표와 계획을 세울 때, 무조건 '체중 5kg 감량' 이런 식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30분 걷기 운동’이나 ‘매일 30분 체조’ 등을 계획으로 세우는 겁니다. 만약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잘 파악해서 30분도 처음엔 잘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과감히 그 시간을 줄여서 5분이나 10분으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세운 계획을 내가 실천했다는 성취감과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로 인해 자존감의 상승을 느끼는 거니까요. 그렇게 해서 자신감이 높아지면 목표와 계획을 조금씩 더 높게 수정해 나가시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중년 이후에는 항상 새해 소망과 새해 계획에 꼭 ‘사랑’을 더하면 좋겠어요. 중년 이후에는 소위 ‘사랑의 유통기한’이 지난 지 이미 한참 오래돼서, 그야말로 사랑의 설렘은커녕 애정표현조차 기피하게 된 부부들도 많으실 텐데, 가슴에 손을 얹고 정직하게 세어보세요. 혹시 사랑한다는 말을 자녀나 반려동물에게만 많이 하고, 정작 배우자에게는 언제 했는지 까마득해서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는 아니신지요? 그러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사는 거예요. 세상에 신혼부부도 아니고, 아이들도 다 컸는데, 나이 들어가는 부부 사이에 남사스럽게 무슨 애정표현이냐고요? 아니 부부 사이니까 시시때때로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포옹도 하고, 쓰다듬고, 입도 맞추고 그럴 수 있는 거지, 남과 그러면 성폭행이나 불륜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이제 아이들이 웬만큼 다 컸으면 부부 중심의 생활로 돌아와서 애정표현을 마음껏 실컷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나이 들면서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또 한 살 먹게 된다는 생각이 앞서서 의기소침해지는 분들 많으신데, 사랑은 젊음의 묘약입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모두 안녕하시고, 부부들은 다시 신혼 같은 사랑을 꿈꾸고, 싱글이라면 다시 불타는 사랑을 꿈꾸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안 하다가 처음 할 때는 애를 쓰는 기분이 들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거기 때문에 하다 보면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그리고 매일 맞이하는 하루도 새해 첫날 같은 상큼한 기분으로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