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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17.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57.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이 세상 마치고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 누가 부잣집에 사랑받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해서 한참 웃었는데요. 그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밥만 잘 먹어도 ‘예쁘다’, ‘잘했다’ 소리를 들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도 아주 어렸을 때 그랬어요. 심지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고’ 이 네 가지만 잘해도 '예쁘다', '착하다', '훌륭하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크면서 공부도 잘해야 하고, 일도 잘해야 하고, 돈도 잘 벌어야 하고, 그렇게 점점 잘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잘한 게 있어도 어렸을 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칭찬을 별로 듣지 못하게 됐지요. 잘하는 게 당연하고, 못하면 질타를 받게 되다 보니, 살면서 주눅도 많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나이 들어선 정말 웬만해서는 칭찬받기가 어렵습니다. 나이 들어 점잔을 차리기 위해 기를 쓰고, 화를 참고 포용하기 위해 용을 쓰는데도, 칭찬은커녕 나이 들면 으레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 들어도 저절로 되는 건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어요. 공자가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한 것은 나이 40이 가장 미혹되기 쉬워서 오히려 경계하고자 한 말이 아닐까.. 또 나이 50도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아서 경계하고자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했고, 나이 60도 자기 생각이나 자기 고집만 부리기 쉬운 나이여서 반대로 ‘이순’이라고 칭하고, ‘귀가 순해져서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라’는 뜻을 담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나이 40을 불혹으로 살고, 50을 지천명으로 살고, 60을 이순으로 살고, 이렇게 나이 들어 나잇값 하면서 살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더욱이 나이 든 나를 누가 칭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해주지 않으면 남이 나를 칭찬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라도 칭찬해 주세요. 스스로를 칭찬하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어떤 말을 하세요? 혹시 ‘아이구구’ 이런 소리만 내시나요? ‘잘 잤다’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스스로에게 ‘아유, 오늘도 잘 잘고 일어났네’하고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아침밥을 먹고 난 뒤에는 ‘잘 먹었다’하고 숟가락을 놓으면서, 스스로에게 ‘아유, 오늘도 밥 잘 먹었네’하고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아유 힘들다’라는 말 대신 ‘아유, 오늘도 운동을 참 잘했네’하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 부모님이 수시로 칭찬을 해주시던 것처럼, 나 자신에게 시시 때대로 칭찬을 많이 하면, 나도 모르게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고, 덤으로 웃음도 많이 웃게 될 거예요. 당연히 행복 호르몬도 많이 분비될 겁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지내다 보면, 경계해야 할 게 바로 무기력증입니다. 물론 매일 특별한 일 없이 보내는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계속되면 내일에 대한 기대도 없어지게 되거든요. 이 세상 살아가자면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꼭 필요해요. 그래야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답고 재미있게 느껴지니까요. 혹시 지금 이제 와서 내가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 계신가요? 내일에 대한 기대는 꼭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내일은 뭐 좀 해 먹어 볼까? 내일은 어디로 산책을 가볼까? 내일은 어떤 책을 좀 볼까? 이런 작은 것들도 다 내일에 대한 기대입니다. 가령 내일 맛있는 콩나물국밥을 만들어서 먹어 볼까? 하는 기대를 갖고, 얼마나 맛있을까 설렘을 느끼면서 정말 다음날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만들어 먹고 난 뒤, ‘아,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서 잘 먹었네’하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면 행복 호르몬이 퐁퐁 샘솟게 되는 거지요. 이런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은, 마음이 힘들고 아프다는 것이고, 그러면 몸도 잘 움직이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정말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됩니다.

     

 또 나이 들면 ‘뭐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놓아버리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꼭 누구 보여줄 사람 있어야만 잘 씻고 옷도 깔끔하게 입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잘 씻고 옷도 깔끔하게 입는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실제 머리도 잘 안 감아서 떡진 머리에 옷도 늘 입던 옷, 심지어 냄새나는 옷을 입고 있으면 남과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물론 외출하는 것조차도 꺼려질 겁니다. 그런 일이 계속되면 인생의 즐거움이나 신바람은 상상도 못 할뿐더러 자존감도 바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신나거나 즐거운 일이 생기게 하려면 내가 먼저 신나고 즐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작은 일에도 신나고 즐거워집니다. 내가 깔끔하고 나름 멋있는 모습을 했을 땐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오늘 참 예쁘네’ 혹은 ‘오늘 참 멋지네’ 하고 칭찬 한마디 건네주세요. 그럼 스스로에게 건넨 그 칭찬 한 마디에 나도 칭찬받은 고래처럼 바로 어깨가 덩실덩실, 엉덩이가 흔들흔들, 춤을 추고 싶어 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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