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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14.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55. 누구를 위해 화장을 하나? 

 코로나19가 4년여 계속되는 동안 우리의 생활 문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여전히 마스크가 외출용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거예요. 코로나시대 초반에는 ‘내 생전에 이런 일도 다 겪는구나’ 싶을 정도로, 마스크 없이는 아예 외출을 할 수 없어서, 색조 화장품 매출이 뚝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화장품이 마스크에 묻어나니까 화장을 잘할 수 없고, 또 화장을 해봤자 마스크를 쓰면 표시가 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여성들 중에는 코로나19의 좋은 점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화장하지 않고 출근해도 되는 점을 꼽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마스크를 쓰면서 눈이 더욱 돋보이게 되자, 얼마 되지 않아 눈썹, 눈두덩, 아이라인, 속눈썹 등 눈화장을 위한 화장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특히 ‘필요는 개발의 어머니’라고, 마스크에 닿아도 잘 묻어나지 않는 립스틱과 피부 색조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화장품 회사들은 계속 매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나날이 발전하는 화장품 제조기술은 아름다워 보이려는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마스크가 여성들의 화장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화장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걸까요? 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 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회적으로 예의상 필요해서 하는 걸까요? 항간에는 화장을 두고 소위 사회적인 의무감에서 하는 '꾸밈노동'이라고도 얘기하더군요. '화장'과 '꾸밈노동'이란 말이 주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참 큽니다. 화장이 '꾸밈노동'이기만 하다면, 어떻게 그 많은 홈쇼핑 채널에서 화장품을 팔 때마다 매진사례를 빚는지, 더구나 코로나시대에도 여전히 잘 팔릴 수 있었던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서 혹시 외모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바르고 꾸며도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화장을 꾸밈노동이라고 폄하했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아주 잠깐 하게 됩니다. 게다가 화장을 ‘꾸밈노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로 여기는 분들을 위해, 화장품은 계속 진화하고 있잖아요. 요즘은 마치 립스틱처럼 생긴 제형으로, 얼굴에 대고 쓱쓱 긋기만 하면 주름관리 미백관리가 한 번에 된다는 화장품들도 판매되고 있고, 이런 화장품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인기라고 합니다.     


 이처럼 화장품이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그 어떤 시대건 사랑을 받는 것은, 나를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겁니다. 나를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모두의 기본 욕망이지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특히 화장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화장을 하게 되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의식하지 않아도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해 주거든요. 실제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분들은 화장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거울도 잘 보지 않습니다. 화장의 시작은 우선 거울을 봐야 하는데, 나 자신에게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찬찬히 잘 살펴서 화장을 곱게 하려면, 피부상태가 어떤지, 또 어디를 어떻게 강조하고 어디를 어떻게 보완해야 좋은지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여성 분들 중에는 마음이 저 바닥 끝자락까지 내려갔을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다던가,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마치 예전에 인디언 전사들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얼굴과 몸에 울긋불긋 칠을 하듯이, 화장이 나 자신에게 용기와 기운을 북돋워주는 예식이 된다고나 할까요.     

 

 특히 나이가 들면 나 자신을 꾸미는 일은 생활에 참 큰 활력소가 되곤 합니다. 50+ 중에 여전히 사회활동을 하는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훨씬 더 젊고 활기차게 보이는 데는 화장의 효과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집안일만 하는 분들보다,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분들이 훨씬 더 바쁠 텐데요. 화장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분들이 더 많이 하시지요. 심지어 어르신들 중에는 경로당이나 복지관에라도 나가야, 제대로 세수하고 뭐라도 좀 찍어 바른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금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거울 속 내 모습이 어떤가요? 이마에는 ‘석 삼자(三)’ 주름, 양 미간에는 ‘내 천자(川)’ 주름, 눈가에는 ‘부챗살 주름(<)’, 입가에는 ‘팔자(八)’ 주름, 목에는 ‘나이테 주름(二)’, 이렇게 온통 주름살만 눈에 띄어서 저절로 한숨이 나오시나요?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지는 건 당연한 겁니다. 오히려 우선 주름살이 지도록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칭찬부터 해 주세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주름이 덜 지게 하고, 설사 주름이 지더라도 곱게 지어지게 노력하는 겁니다. 이 말은 굳이 미용성형을 위한 의학적인 도움을 받으라는 게 아니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세수하고 나서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장을 하자는 거예요. 로션 하나만 발라도 거울 속의 나를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보면서 피부결 따라 정성 들여 바르자는 거지요. 

 그리고 나를 위한 화장의 마지막 단계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화장의 마지막 화룡정점은 바로 ‘미소’ 장착이에요.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예쁘게 마쳤으면 웃어주세요. 그러면 저절로 이런 말이 자신 있게 입밖에 나오게 됩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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