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또 결혼하시겠습니까?’ 누가 이런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흥미로운 건, 이 질문에 남성들은 대부분 그러겠다고 하는데, 여성들은 아니라는 대답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이 말은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여성들이 훨씬 떨어진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렇다면 정말로 다시 태어나서 다른 남성과 결혼해서 살면, 지금 결혼생활보다 만족도나 행복이 훨씬 커질까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금슬이 좋은 부부일수록 사별후 얼른 재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아니, 금슬이 좋았다면서, 어쩜 무덤에 흙도 마르기 전에 재혼을 하냐?’ 이럴 수 있지만,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컸던 사람들은, 오히려 혼자가 된 외로운 생활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얼른 재혼을 한다고 해요.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아마 지금 생활에 만족도가 높은 분들은 지금과 별다를 바 없는 인생이나,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인생을 꿈꾸실 테고, 지금 생활에 만족도가 낮은 분들은 지금과 완전히 바뀐 인생을 꿈꾸실 것 같은데요. 과연 지금과 180도 바뀐 인생을 살면 만족도가 높고 행복할까요?
예전에 ‘TV 인생극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두 갈래 길을 놓고, 개그맨 이휘재 씨가 고민을 하다가 “그래 결심했어!” 하면서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상황극으로 보여주는 거였는데, 작은 선택과 결정이 ‘나비효과’가 돼서, 나중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결과가 되는 걸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선택과 결정이든, 결과가 모두 좋게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실제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선택과 결정이 바뀐다고 결과가 모두 좋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되려 나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결과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한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후회와 미련을 가지면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거고,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내가 한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성공한 인생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임감은 나한테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후회나 미련도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선을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많이 두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을 안고 살 때가 많은 거잖아요. 어느 길을 택해도 후회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인데,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지난 날을 자꾸 돌아보며 후회와 미련을 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동안 성공과 발전을 위해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 면이 있습니다. 그게 나를 위하는 것인 양 오해했던 거지요. 혹시 남이 실수하면 “괜찮아,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에 잘 하면 돼” 그러면서도, 자신한테는 ‘바보처럼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곱씹으면서 자책하진 않으셨나요? 남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관용을 베풀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혹독하고 다그치기만 했던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 누구에게보다 사랑과 관용을 베풀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마음 속 뾰족한 화살이 내 주변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애가 있는데, 자기애가 총족되지 않으면 탓할 대상을 찾게 되거든요. 특히 과거의 나의 선택을 지우고 싶어서 찾은 ‘탓할 상대’ 중 제일 만만한 대상이 바로 배우자입니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대상인데, 배우자는 내가 바로 선택한 대상이니까요. 그리고 일단 그렇게 탓할 대상이 배우자로 정해지면 내가 그동안 고생한 것도, 내가 지금 이 모양인 것도, 모든 게 다 배우자 탓이 되어버립니다. 배우자가 뭘 해도 밉고 보기 싫어지지요. 괜히 싫고 괜히 미워지는 겁니다.
만약 요즘 배우자가 괜히 밉고, 괜히 싫은 마음이 들면, ‘그동안 내가 나를 보살피지 않은 서운한 마음이, 괜히 탓할 만한 대상을 찾아 애먼 배우자에게 향하고 있구나’하고 얼른 알아 차리시고, 배우자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미워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상대도, 나 자신도 아름답고 기쁘게 하는 감정이지만,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상대뿐 아니라 나 자신도 힘들고 아프게 합니다.
'윤회(輪廻)'처럼 다시 태어나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났을 때 사람으로 태어날 거라는 보장도, 또 지금보다 더 행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지금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살면 내가 원하는 다른 인생을 사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하시면 되겠어요. 욕심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만족은 커지고 행복도 따라옵니다.
지금 갱년기로 화병을 앓는 분들은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를 스스로에게 읊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