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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럽 Oct 20. 2024

볼 빨간 사추기(늙으면 어떡하지?)

60. 나이 들수록 더욱 당당해지기

 흔히 아이들 눈이 정확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아이들 마음은 깨끗하고 정직해서, 보고 느끼는 대로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선생님께서 "할머니를 그려 보세요"하면 저를 비롯한 아이들은 일단 얼굴을 그려놓고, 이마에 가로줄을 두세 개 그은 다음, 머리 모양은 회색에 동그랗게 쪽을 지게 해서 비녀를 꽂은 모양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서서 걸어가는 모습이 아니라, 허리를 기역자로 구부리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길 가다 마주치는 할머니들은 그런 모습인 분들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당시에는 50+인 분들 중에도 그런 할머니의 모습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1980-1990년대는, 아이들이 그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뽀글뽀글 라면 같은 파마머리에 고무줄바지를 입고 머리에 짐을 이고 걸어가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당시에 흰머리를 까맣게 염색하는 분들이 많아서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흰색이 아니라 까맣게 색칠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거지요. 요즘은 흰머리를 오히려 멋으로 생각해서 머리가 희어도 염색을 하지 않는 분들이 늘고 있지만, 그 시절 사회 분위기는 흰머리를 감추고 싶은 세월의 흔적으로 여기던 때라, 흰머리를 염색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염색약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고 색깔이 한정돼 있어서 주로 새까맣게 염색을 했고, 파마도 자주 돈 들여 안 해도 되게 웨이브가 강하게 나오는 뽀글뽀글 파마머리 형태를 선호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더러 ‘할머니를 그려보세요’ 하면 어떻게 그릴까요? 아마 멋진 선글라스에 머리 모양도 다양하고, 옷도 2,30대처럼 보이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 그리고 활기차게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그리지 않을까요? 실제로 어떤 여자 아이는 자기와 엄마, 할머니 세 명을 나란히 그렸는데, 마치 세 명 모두 자매처럼 그렸답니다. 

 이렇게 노년의 모습이 세월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나의 미래, 노년의 모습은 어떠하길 기대하시고, 또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노인들을 예전의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할아버지의 차원으로 보면서 연령 차별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흔히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제 생활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 그래도 미국은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미시간 대학이 50세에 80세의 미국 성인 2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80%의 노인이 내면화된 형태의 연령차별을 느꼈고, 93%의 노인이 매일 어떤 형태로든 연령차별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3분의 2 가량이 정기적으로 노인에 대한 농담을 듣거나 ‘나이 든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 ‘노인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언어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고, 또 절반 가량은 개인적 상호작용에서 정기적으로 연령차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런 연령차별은 '노인이니까 못하겠지, 노인이니까 모르겠지', 이런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비롯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늙어봐야 그런 게 편견이고 선입견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아직 늙어보지 않아서 그러는 거겠지요. 그래서 노년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사실 인간의 심리가, 닥치지 않으면 남의 일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이 세상 누구나 늙는 게 당연한 거지만,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일 때는 나도 늙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쉬운 겁니다. 더구나 나이 들면서도 스스로 그런 편견과 선입견에 세뇌당해서, 자신을 자꾸 한정 지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나이 40대만 되어도 툭하면 푸념처럼 쉽게 하는 이런 말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아이고 몸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네." 이런 식으로 매사에 나이를 의식하는 말을 하는 분들은 그 원인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젊어서부터 열심히 운동을 해오신 분들은 나이 들어서도 신체가 삐걱대지 않고, 여전히 건강하시거든요. 그러니까 나이 탓을 하면서 몸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푸념을 하기보다, 먼저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게으름에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게 바른 순서가 되겠습니다.      

 

 특히 우리 뇌는 그런 나이에 대한 푸념을 참 싫어한다고 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결과, 자신의 나이와 기억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노인일수록, 실제 기억력도 빠르게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가령 ‘내가 나이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지나 보다’라고 나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실제 기억력도 빠르게 떨어진다는 거예요. 어차피 이 세상 누구나 나이 들고 늙는 건 당연한데, 나이 드는 것, 늙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봤자 결과적으로는 더 늙게 될 뿐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건 정해졌습니다.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것, 늙어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요. 평소 나이 듦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시던 분은 얼른 나이 듦에 대한 장점을 떠올리면서 긍정적인 느낌으로 바꾸셔야겠습니다. 나이 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좀 더 잘 나이 들어갈 수 있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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