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면서...
너의 카톡은 오늘도 열심히 울리고 있다. 휴일인데도 쉬지 않고 너에게 봉사하고 있다. 내용은 부고장이다.
고향 여자 친구 아버님의 부고 내용이다. 2달 전에 고향집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별 이야기는 없었다. 갑자스런 부고장에 놀랬다. 몇 군데 부고장을 전달하고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과의 고향에서의 기억들을 되짚어본다.
아버님은 우리의 머리를 도맡아 깎아 주셨다. 머리가 길어 오면, 아저씨 집 입구 사랑채에서 머리를 손질해 주셨다. 이발하는 동안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셨다.
고향 마을은 임가의 집성촌이다. 우리도 어머님 고향에서 살았다. 외가에서 살았다. 우리는 할아버님도 같이 지내기 때문에 외가라고 하기도 힘들긴 하다. 다만, 성씨만으로 외가 동네에서 생활하였다는 것이다. 여자친구도 50 가구 중 유일한 성씨의 집이었다.
작고하신 아버님은 항상 조용하셨고, 인자해 보였다. 여자친구의 자전거 타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 주시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딸에게 그렇게 하시는 동네 어른들은 없었다. 너의 어린 시절 생각에도 혁기적인 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의 아버님의 생각은 신식 아버님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네 친구와 장례식장에서 만나서 고인에게 인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자 친구도 만나고, 고등학교 때 항상 반갑게 맞아주신 누님도 만나서 그동안 안부를 묻고도 하였다. 자취방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이연세 야구 만화도 빌려보는 방으로 활용하면서 누님을 많이 괴롭힌 기억을 상기하면서, 지난 과거이지만 죄송함을 표시하였고, 우리는 즐거운 담화도 나누면서 위로하였다. 아주머니도 만나 뵙고, 슬픔을 나누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