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두고 가는 것

by 심심한 소녀



지금부터 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나 할 거야.

난 무지개 빛깔의 가루를 내리는 긴 원피스를 입고서

밤하늘을 높이 날아오를 거야.

하늘의 끝은 어딜까 가늠해 보면서 높게. 더 높이.

그러다 검정색 구름실을 하나 집어다가

네가 있을 곳을 향해 낙하하는 거야.

창문 밖에서 보이는 넌 혼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

똑똑 두드려 놀라게 해줄까 싶다가도

네가 너무 놀라 뒤로 넘어져버릴지도 모르니

조용히 구름실 하나만 창문 앞에 둘게.

네가 뒤늦게 창문을 바라봐도

넌 내 원피스 끝자락 하나 보지 못할 거야.

내 원피스가 내린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서

오늘은 야경이 참 예쁘다 그런 생각만 하는 거야.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1화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