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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by 심심한 소녀



빨간 보도블록 위에 달팽이 하나가 기어간다.

내 한걸음은 달팽이의 천 걸음.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시선을 거둔다.

어디를 그리 가고 있는 거니.


느린 달팽이의 이유 있는 걸음.

걸음 끝에 네가 도달할 곳은 어딜까.


나는 너보다 긴 다리와 큰 발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어.


방향 잃은 발자국만 길가에 길게 남긴다.


사실은 말이야.

지독하게 게으른 네가

좀 부러웠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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