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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7. 2024

열여섯의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

바람이 되어버린 너에게

안녕. 나는 열여섯에 머물러 있는 너와 다르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벌써 스물네 살이 되어버렸어. 시간 참 빠르지? 엊그저께까지만 해도 분명 널 따라가고 싶다며 울던 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나도 모르는 새에 그냥 지내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훌쩍 흘러있더라. 나는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이 되어 버린 네가 날 스쳐가는 것만 같다는 마음에 네 생각이 나서 매번 울컥해지지만 내 마음을 참고 또 참아버리며 지내고 있어. 그리고 요새는 죽으려던 내가 살아보려고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마음같이 잘되지 않아서 속상하긴 하네. 그래도 예전의 우리가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 혼자서 이겨내 보려고 더 열심히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시간이 약이라는 사람들의 말은 다 거짓말인 거 같아. 나는 네가 이곳에서 떠난걸 좀 늦게 인지했거든. 네가 떠났다는 말이 거짓말 같아서 너한테 계속 문자도 보내고 했었는데 답장이 없더라. 전화도 자주 했는데 꺼져있거나 받지 않는 너에게 통화메시지도 자주 남겼었어. 이렇게 남기다 결국 답장을 보내주지 않는 이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널 조금씩 미워하고도 했어. 미워하면서도 널 계속 떠올렸는데 이런 날 너는 알기는 할까? 계속 떠올리다가도 너의 목소리가 나에게서 조금씩 잊혀가고 얼굴이 흐릿해져 갈 때쯤 시간이 흘러 흘러 여름이 되어버렸어. 그쯤에 네 번호가 사라지고 나서야 네가 떠났다는 걸 인지했어. 이제 너는 나에게 다시 목소리를 들려주지도 얼굴을 보여주지도 못한다는 걸 알고 나니까 네가 떠났다고 인지가 되면서 눈물이 나더라. 아줌마한테 네가 떠났다고 장례식장이 많이 멀어서 올 수 있으면 와달라고 전화가 온 당일날은 장난인 것만 같고 거짓말 같다는 생각에 울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멀든 가깝든 너의 장례식장에 갈 생각조차 안 들고 부정하게 되더라. 나 참 멍청하지? 죽음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부정하다니. 그저 너의 번호 하나만이 사라진 것뿐인데 네가 사라진 것처럼 내 세상이 멈추더니 점차 무너지더라. 걸어가다가 너의 번호가 사라진 게 맞는지 멈춰 서서 수백 번을 확인했어. 확인을 하고 점점 사실이 현실이 되어서 밀려오니까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 그 한여름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는 땡볓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몇 시간을 운 건지 기억도 안 나네. 번호가 사라지고 얼마 안 가 너무 힘들어하는 나에게 아줌마랑 아저씨한테서 연락이 오셨었어. 아줌마는 네 폰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계속해서 걸고 통화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어. 그래서 걱정돼서 연락한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나한테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널 마음속에 묻고 점차 잊으면 되는 거라고 잘 지내래. 그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저씨한테는 전화도 왔었는데 전화가 와서는 아직까지도 널 기억해 주고 그리워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 근데 아직까지 힘들어하면 어쩌냐고 혼도 엄청나게 났었어. 이제는 널 잊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아저씨에게 대답은 알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서 너를 매번 몰래 곱씹고 곱씹다 아무도 모르게 몰래 울어버렸었어. 널 그렇게 곱씹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에 눈물만 나오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마지막이라도 같이 보내줄걸 왜 그렇게 부정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정말 웃긴 게 네가 그렇게 떠나갈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내가 울 자격은 있는 건지조차도 잘 모르겠어서 더 서글퍼져. 거기는 행복해? 어때? 이제 아프지는 않아?  나를 지켜보기는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너에게 하고 싶어. 궁금한 게 참 많아서 머릿속으로 이런 질문을 아무리 던져도 이제는 답장을 나에게 할 수 없는 네가 참 보고 싶어. 너에게 꼭 전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네가 죽었다는 걸 인지하고나서부턴 열심히 매일 하루하루 편지를 쓰다가 최근 태워버렸는데 너에게 전달이 잘 되었을까? 만약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요약해서 전달할게. 우리 엄마, 아빠가 반대하던 내 꿈 그리고 너만이 응원해 줬던 내 꿈 기억나? 결국은 우리 엄마, 아빠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허락해 주셨어. 허락해 줬을 때 그 누구보다 어쩌면 나보다 기뻐할 네가 생각나서 사라진 번호에는 문자를 보내지 못하니까 너한테 카카오톡을 보냈었어. 근데 그때쯤에 다른 사람이 번호 쓰고 있더라. 그때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나는 아직도 기억나. 네가 사라지고 번호는 없어졌어도 다른 사람이 번호를 쓰기 전까지는 카톡이라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견디며 지내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네 번호를 차지하는 시간이 너무 빨라서 솔직히 너무 서럽더라. 나는 아직까지도 네가 필요한데 나 말고 너의 주변 사람들은 다 자기 갈 길을 찾아서 잘 가고 살아가는 게 그때 당시에는 너무 이상하다고 너를 그렇게 지우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괜히 더 서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을 지켜보다 나만 못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에 점차 계속해서 일상이 무너져내려 가더라. 그래도 지금은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무너질 만큼 충분히 무너져보니까 전보다는 단단해진 거 같아. 언제 다시 무너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괜찮아. 너에게 연락을 못 보내는 사실도 이제는 나의 글씨로 꾹꾹 눌러 담아 너에게 편지로 써주면 되는 거니까 괜찮아졌어. 네가 나에게 편지 받고 싶다며 그렇게 생떼를 부렸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네가 떠나기 전에 써줄걸 정말 미안. 그것도 후회되네. 그 후에는 네가 응원하던 꿈을 이루기 위해 관련전공으로 대학교도 다니고 좋은 곳에 입사도 해서 아주 멋있게 일도 했었어. 비록 열여섯의 너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주 멋있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지만 뿌듯하고 좋긴 하더라. 현재 지금은 몸상태가 악화되어서 일을 쉬고 있어. 그래도 덜 우울해하고 나름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노력 중이야. 병원도 다니고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고 있거든. 그러니까 종종 바람을 통해 날 찾아와 주면 좋겠어. 매번 울컥하긴 하겠지만 내가 너한테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그리고 내가 조금은 더 네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나의 바람아 네 말대로 다음생이 있다면 그때는 우리 함께하지 못했던 만큼 백오십 살까지 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의술이 발달하고 있으니 아마 다음생은 그 정도로 오래 살 수 있겠지? 너에게 쓰는 편지들은 다시 많이 모이고 쌓이면 또 태워줄 테니까 너무 심심해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해. 너무 보고 싶다.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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