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태하게 살고 싶었다.
바람이 되어 떠나버린 너에게 내 일상들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쓴 지 아주 오래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너에게 글을 남긴다는 게 참 이상하지만 어쩌면 사실 그 당시 내가 살기 위해서 글을 쓴 거 같기도 하다. 종종 예쁜 문장을 엮어 내가 글을 써서 읽어줄 때면 너는 나에게 한국사람이 맞냐며 놀리고선 좋아하고는 했는데 지금도 내 글을 읽으며 웃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너에게 궁금한 게 참 많다. 잘 지내고는 있는지 열여섯에 남아있는 너는 지금 어떤지에 대해 그리고 이제 더는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여기에 존재하지도 않는 네 걱정을 나는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 나의 곁을 떠나 바람으로 변해 시간이 멈춰버린 너와는 다르게 나의 시간은 계속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참 시간들이 야속한 거 같다. 시간이 그렇게나 한참 흘러 지났는데도 난 아직까지도 네가 그립다. 또한 내가 너를 찾으면 네가 달려올 것만 같다는 심정에 오지도 않을 널 기다리다가 가끔 숨이 막혀오기도 한다는 게 정말 슬프다. 내가 이러고 있다는 걸 네가 알면 슬퍼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난 널 놓아주지 못하고 지낸다. 노래에 나오는 가사들에서도 책들에 쓰여있는 글에서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참 많은데 나와는 상관이 없는 거 같다. 시간이 약이라는 게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너에 대한 마음과 생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애틋해지는 건 왜인지 참 궁금하다. 열여섯 우리의 모습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아직까지도 떠오르는데 네가 없다는 사실이 자꾸만 날 무너지게 한다. 널 떠나보내고 너의 부모님께서는 나한테 자꾸만 너를 마음속에 묻어두고 잊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그리워해서도 안 되는 거라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기에 그냥 나를 숨겨버리게 되었다. 그게 그 당시의 나에게는 제일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숨기는 게 버릇이 돼서 날 갉아먹을 줄도 모르고 나를 숨겨대다가 자꾸만 나도 모르는 새에 추락해 간다. 시간이 점점 지나고 나서 어른이 되면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나는 현재 어른이 되어버린지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널 마음속에 묻어두는 법을 잘 모르겠다. 열여섯의 네가 생생해서 아직도 옆에 있을 것만 같고 모든 일들이 꿈인 것만 같은데 내가 널 어떻게 마음속에 묻고 잊어버리겠는가. 아직까지도 네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하니 마음이 공허해져서 마음 한편이 시려오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널 꺼내 추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글을 열심히 써본다. 네게 편지나 써봤지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어색하지만 날 아는 주변사람들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편할 때가 있으니 이렇게라도 시작해 보려고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널 꺼내 조금씩 글을 쓴다. 바람아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