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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Nov 05. 2024

열아홉

너와 상상한 열아홉은 없었는데

네가 없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른다. 내 시간도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흘렀기에 네가 없이 보내는 새해가 벌써 세 번이나 돌아왔다. 이번 새해는 마음이 꽤나 복잡했다. 책상에 엎드려 너에게 편지를 꾹꾹 눌러쓰다 소리도 못 내고 한참을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내가 너와 함께 상상한 열아홉은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열아홉이 되었다는 생각에 네가 너무 그리웠다. 너와 이야기했었던 열입곱과 열여덟을 혼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너와 이야기조차 못해본 열아홉을 혼자 보내려고 하니 참 막막했다. 죽고 싶었지만 살아야 했다. 아니 살아남아야만 했다. 나에게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 학년을 올라가게 되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은 학교에 문과는 두 개로 나뉘었으나 인문학반은 우리 반 하나뿐이었기에 반은 변하지 않은 채 2학년 반 그대로 3학년이 되어 올라갔다. 그렇기에 사실상 애들이 불편하거나 친구문제로는 적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다. 다만 네가 사라진 후 솔직히 스무 살을 더 이상 꿈꿔본 적이 없었기에 스무 살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너무나도 먼 미래라고 생각되었다. 고민이 많았다. 스무 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못할 짓을 하는 일 같았다. 너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열아홉의 네가 존재한다면 나는 너에게 어떻게 찡얼거리고 있었을까? 그런 날 보며 넌 놀리면서도 웃으며 달래주었겠지.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예전에 쓰던 폰을 평소와 같이 켜서 너와 나누던 문자들을 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켜지지도 않는 폰에 당황스러웠다. 분명 이틀 전에도 봤는데 켜지지 않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다음날이 되고 폰을 소중하게 들고 수리점을 찾아갔다. 센터 아저씨께서는 폰을 보시더니 완전 옛날폰이라 수리부품이 없어서 고치지 못한다고 말하였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폰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너를 그리워할 때마다 꺼내 내 마음을 달래고는 했는데 이제는 나를 달래줄 너 조차마저 사라졌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집에 돌아와 폰을 서랍 깊숙한 곳에 집어넣고 네게 편지를 쓰며 울었다. 닦아내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눈물 때문에 볼펜으로 쓴 글씨가 다 번져버렸다. 이제는 정말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너다. 너를 꺼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연락했던 내용을 어디에든 미리 옮겨놓을걸 하며 계속해서 후회했다. 바로 그다음 날 제빵자격증 시험이 있었는데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시험을 쳤다. 시험마저도 계속 연습했음에도 잘 안 나오던 품목이 나와서 멘탈이 깨져버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험을 치고 나온 후 작품은 나름 잘 나왔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시험과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시험을 보면서 채점을 할 때는 과정도 중요했는데 그 과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시험을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내 편이 없다고 생각 들었다. 너마저도 정말 사라졌는데 시험까지 나에게 이런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퍼져서 시험장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시험결과가 나오고 결과를 확인했냐는 원장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확인하기 싫으면 나만 볼게”라고 이야기하고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라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선 떠나는 나를 붙잡으며 선생님께서는 화면을 보라고 나에게 말씀하셨고 그곳에는 합격이라고 적혀있었다. 멍하니 화면을 보는 나에게 축하한다고 선생님께서는 이야기해 주셨다. 기쁘긴 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더 크게 들며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지금까지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며 나보다도 더 좋아해 줄 네가 없어서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날 당일 바로 제과자격증 시험도 접수를 넣고선 바로 붙었다. 시험에 붙고 나서는 시원섭섭했다. 공허하기도 했다. 공허했지만 숨 돌릴 틈 없이 수시를 넣어야 했다. 한숨만 나왔다. 담임선생님과 계속된 상담이 있었지만 솔직하게 스무 살이 없기를 바라던 나는 대학을 갈지 말지도 모르겠었기에 그냥 대충 성적에 맞춰서 넣고 싶다고만 얘기했었다. 결국 성적에 맞춰 원서를 하나만 넣고서 상향으로 5개를 넣었다. 전문대도 이곳저곳 그냥 과만 맞다면 다 넣었다. 그 후에는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으면 자기 계발활동으로 중간에 학교를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부모님을 설득하고 1교시만 하고 학교를 그냥 나왔다. 나와서는 친구들을 만나 놀러 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빵을 만들며 네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시간이 생기고 바쁘지 않아 지니 너와의 약속이 떠올라 학교를 빠져나온 후 갑작스레 해운대로 향했다. 함께 오자던 바다에 나 홀로 서 있다. 찰랑이는 바다가 너무 예뻤다. 바다를 쳐다보다 신발을 벗고선 바다에 발을 담그고 걸어 다녔다. 걸어 다니다 발이 아파올 때 쯔음 쭈그려 앉아 모래에 네 이름을 끄적였다. 금세 파도가 쳐 네 이름이 사라졌다. 네 이름을 여러 번 끄적이다 보고 싶다고 쓰고 사랑한다고 썼다. 파도가 다 훔쳐가버려 네가 못 봤을까 여러 번 쓰기를 반복하다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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