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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몬 Oct 18. 2024

안녕,

잘 부탁해 나야

오늘 비가 아주 많이 내렸다. 그래서 내 운동화를 빨았다.

뭐, 운동화 더러워지면 빠는 거 아니야?라고 어떤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것 조차 어려웠다. 하기 싫고 몸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저 퍼져있고만 싶어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는 거라곤 먹고 싸고 핸드폰만 하면서 손가락 까딱 거리기 거기다 씻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매일 욕을 퍼부었다. 비난하고 아프게 하면서, 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좋지 못하게 나만을 생각하면서 내가 못나서, 내가 못해서, 내가 바보니까. 다 내 잘못이라고  나를 내 생각의 깊숙이 가라앉히다가 점점 생활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를 내가 퇴화시켜 갔다.


그래서 씻는 법, 내 주변 정리하는 법, 내가 사랑하는 반려묘, 가족, 친구, 웃는 법, 우는 법, 말하는 법, 감정 같은 중요한 것들 날짜, 시간 그런 건 나에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부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없게 내가 나를 괴롭혔다.


근데 그런 내가 우수수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20분 동안 걸어 운동을 가고 심지어 갔다 와서 바로 비에 젖은 운동화를 빨았다. 


이게 뭘까? 뭐가 날 이렇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줬을까? 


주변사람들의 도움 물론 있다. 하지만 나를 변하게 하는 건 나였다. 왜? 내가 마음이 없으면 당연히 도움을 안 받았을 거다 내가 변하고 싶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았고 내가 원해서 실천했다. 


왜? 날 위해서. 

그렇게나 날 못 괴롭혀 안달 났던 내가 왜 나를 위해? 

타인과의 교류 물론 좋다. 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가장 잘 맞는 친구다. 나는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너무 불쌍해서 누가 나를 구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항상 더 공허하고 더 힘들었다. 


근데 한창때 트렌드 '나를 사랑해라'가 유행하던 시기에 그것과 관련된 책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마치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알아주면 혼자 있어도 괜찮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는 그런 초강력 만렙이 될 수 있을 것 같이 쓰여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걸 흡수했다. 


텍스트로 머리에 저장하고 나를 사랑해야지 나를 사랑해야지 나를 인정해야지 나를 인정해야지 음 지금 내 감정은 이렇구나 하고 학습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몇 년이 지나도 텍스트는 텍스트 일뿐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몰라 많이 헤맸다. 


근데 신기하게도 조금이나마 생각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나를 무언가에 시도하게 만들었다. 그중에는 조울증과 ADHD에 의한 충동적인 도전도 있었지만 그래도 실패해도 다시 시도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일탈이라는 나쁜 짓이 아닌 선에서 나한테 필요하고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 지금 느끼기에 물론 굴곡이 있지만 나는 땅에 심어져서 약하게 뿌리내린 새싹 같지만 두터운 시멘트틈을 뚫고 잘 자라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조금씩 나한테 마음을 열고 있으니까. 


내가 아프게 해서 상처받았던 내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아직은 조심스럽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열린 마음 틈으로. 나는 나에게 매일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아직 거리는 좁힐 수 없는 단계이지만 그래도 나는 엄청 열심히 운동하고, 명상하고, 책 보고, 만화나 드라마도 봐주고, 잠도 잘 자주고, 산책도 하고, 글도 쓰면서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넘어오라고 이제는 믿어도 된다고. 


나와 지내기 위해 노력 하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점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이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나의 공포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고 정말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고 대화가 어느 정도 핑퐁되었다. 


약간 이 사람 뭐지? 하고 무서울 수 있지만 난 정말 나에게 사죄해야 한다.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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