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모험, 상상
지도에서 검색해 보면 '어린이공원'이 꽤 많이 보입니다. 특히 건물들이 촘촘한 골목 사이에 있는 어린이공원은 미끄럼틀과 벤치 몇 개, 큰 키 나무 몇 그루를 가지고 있고 작은 키 나무가 부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대신 '책상 위 학습'을 위한 공간은 많습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방해가 될 만한 요소는 모조리 차단해주는 곳이죠. 집중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우리 사회는 '책상 밖 학습'과 '교류'보다는 '책상 위 학습'과 '차단'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를 건축도 말해주고 있고요.
<2-1. 기능> 편에서 다뤘던 능산적 공간을 기억해 봅시다. 아이들이 가장 능동적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내 공간(방이든 책상이든)을 꾸밀 때일 수도 있고, 가고 싶었던 장소를 방문했을 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한 가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바로 ’놀이‘입니다.
사실 놀 수 있으면 다 놀이터가 맞습니다. 전형적인 놀이터에서도(심지어 아무 것도 없어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상상하도록 도와주는 장치 혹은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정글짐을 설치하더라도 같은 색으로 칠하는 대신 알록달록하게 칠해놓는 겁니다. 새로운 규칙이 탄생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죠. 제가 그 확률에 걸려든 아이였습니다. 친구들과 합의해서 잡아도 되는 색깔을 정하고 난이도를 매기곤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색깔에서만 머물면 안 되겠죠. 기구, 건축물, 부지 등 다양하고 재밌는 형태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면적 제한도 있고,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기에는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린이'가 공간 이름에 들어간다면 그만큼 고민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으로도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사실 뒤에 숨지 않고 말이죠.
전형적인 어린이공원입니다. 아이 둘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더군요. 이런 공간이라도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할까요?
최근에 조성되는 어린이공원을 보면, 놀이터 형태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에 보이는 놀이터는 형태는 특별할 게 없지만, 그 주변을 널찍하게 만든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운영되는 물놀이터입니다. 보통 분수대에서 물을 맞거나, 낮게 채운 물놀이장에서 첨벙 대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곳은 전형적인 놀이터에 물이라는 요소를 더해서 개성을 살렸습니다.
계속 시도해서, 놀이 공간의 다양성을 늘리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공간에서 마주한 즐거움이, 모험이, 상상이 우리 기억에 오랜 시간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