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따라 남편의 퇴근이 늦었다.
남편이 오기 전에 얼른 씻고 나와 갈아입을 속옷을 꺼내려 서랍을 열었을 때였다.
서랍 속 속옷들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내가 정리하던 방식과 다르게, 삐뚤빼뚤한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낯선 배열.
그러나 그 어설픈 정리 속에서 이상하게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아, 내 남편은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구나.'
문득 깨달았다.
최근 일이 바빠 빨래를 정리 한 기억이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남편은 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 욕실 앞에 내 속옷을 챙겨 두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 입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서랍 속 내 속옷들은 남편의 손을 거쳐 새로운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남편이 아무 말 없이 하나씩 개어 넣었을 그 순간을 떠올리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빠는 단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우연히 그가 챙겨주지 않은 어느 날, 무언가 낯설다는 걸 느낄 때가 되어서야 그의 사랑을 발견했다.
부부간의 사랑이란, 때로는 이렇게 조용한 곳에 남아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마음을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