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쇼핑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걸 또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남편과 데이트하며 소품샵을 둘려봐도, 예쁜 물건을 구경하는 걸로 만족할 뿐, 막상 뭘 사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더라도, 내 기준은 꽤 까다롭다.
- 합리적인 가격인가?
- 실용적인가?
- 나에게 꼭 필요한가?
- 귀여운가?
이렇게 혼자 속으로 엄격한 심사를 하며 물건을 집어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한다.
연애 5년을 거쳐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남편은 그런 내 성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내가 쇼핑을 가겠다고 해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잔뜩 사서 기둥을 뽑아버리겠다고 해도 제발 그래보라며 웃어댔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내가 큰돈을 쓰지 않을걸 알고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친구가 명품 가방을 샀다며 자랑을 했다.
"와, 진짜 예쁘다!" 하며 영혼을 담아 열심히 칭찬해 주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도 이거 살래!"
남편은 가격을 묻지도 않고,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래! 여보가 사고 싶으면 사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모습에 순간, 오기가 생겼다.
"내가 못 살 것 같아?"
당연히 내가 사지 못할걸 알고 하는 대답이라 생각했는데 오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게 아니라, 여보가 갖고 싶으면 사자는 거야."
"이거 되게 비싸. 삼백만 원도 넘어."
"무슨 상관이야. 여보가 갖고 싶은데."
나는 순간 당황했다.
"우리 그 정도는 사도 되잖아. 주말에 백화점 갈까?"
오빠가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을 줄 몰랐다.
사실 나는 명품에 큰 관심이 없다.
언니들은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길 거야."라고 했지만,
서른을 조금 넘은 지금도 여전히 별다른 끌림이 없다.
그래서 단순히 남편의 반응이 궁금해서 던진 장난스러운 말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내가 사고 싶으면, 그냥 사도 된다고?'
그 말속에 담긴 뜻을 곱씹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는 내가 쇼핑을 갈 때, 큰돈을 쓰지 않을 걸 알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돈을 아껴서가 아니라,
내 선택을 믿기 때문이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내뱉는 그 말들이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