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연애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짝사랑해 온 가수가 있었다.
솔로 여가수로서 왕성히 활동하는 덕분에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일상 곳곳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짠순이라 공연 보는 데 돈을 아까워하는 나지만, 그녀의 콘서트만큼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비싸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었고, 무엇보다 그녀는 앵콜을 후하게 하는 가수로 유명했다.
오랜 시간 라이브로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가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콘서트 티켓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기로 유명했다.
다른 콘서트조차 가본 적 없는, 티켓팅에 문외한인 내가 성공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말했을 뿐이었다.
"나 그 콘서트 가보고 싶어."
여자의 언어로 은근히 내비치는 말도 아니었다.
이미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때의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도 가볍게 맞장구쳤다.
"나도 그 가수는 궁금하긴 해."
하지만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건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그녀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경쟁률이 어마어마할 것이란 건 뻔했다.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우리는 티켓팅 당일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남편은 PC방으로 향했고, 나는 노트북을 켰다.
결과는 뻔했다.
화면 속 내 대기번호는 17,000번대.
그녀의 인기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숫자로 확인하니 절망스러웠다.
그때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산 공연 티켓팅 성공했어! 근데 자리가 좀 많이 뒤쪽이긴 해."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지어... 남편이 고백했던 순간보다 조금 더. ㅎㅎ?
그리고, 콘서트 날 우리는 부산으로 향했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그녀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몰려들었다.
눈물이 터졌다.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그녀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모른다.
응원봉을 흔들며 몇 시간이나 빠져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4시간? 5시간? 앵콜에 앵앵콜까지 이어지는 공연을 보고, 굿즈를 한가득 품에 안고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차에 올라타고서야 민망함이 밀려왔다.
사실 팬이 아닌 사람이 보면, 가수를 보고 울고 웃는 모습이 다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남편은 그녀의 팬도 아니었고, 다른 가수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본 적 없었다.
그래서 괜히 물었다.
"나 막 울고, 되게 이상하지?"
무슨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내게 건넨 짧은 한마디에, 나는 확신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더 자주 데려올걸."
이 남자가 아니면 결혼 못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