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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아나 Oct 01. 2024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었음을

5. 국화차

국화차


국화차를 마셔보았는가


따듯한 찻잔 속에

노란 꽃잎이 투명한 물빛 가득 머금고

고스란히 한 송이 꽃이 되어

소복히 피어났던 그 시절보다

더 그윽한 향기로 한 장씩 한 장씩 되살아난다네


말린 꽃잎 속에

저토록 정갈한 가을향이 숨어 있을 줄이야

고운 물색으로 몸을 풀어

가슴 속까지 정화시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볼품없이 쪼그라들어서

본연의 모습을 알 수 없었다네

찻물에 띄우니

꽃잎 하나하나 모두 살아나

소담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도 그렇다네

초라한 외모에 꾸밀 줄도 모르지

그뿐이겠는가

무심한듯 사랑을 꽁꽁 얼려버린다네

뒤늦은 이 계절 그대를 만나고서야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었다네


그리움의 아픔은 향기 속에 저며두고

어설프고 서툴렀던 마음에

사랑이 물든 가을을 오롯이 담아

저 국화차의 꽃잎처럼

다시 꽃 피우고 있다네


아마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한 송이의 꽃으로

그 만의 향기 있는 여인으로

사랑하는 그의 사람으로 온전히 설 수 있을 걸세

기다려 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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