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
국화차를 마셔보았는가
따듯한 찻잔 속에
노란 꽃잎이 투명한 물빛 가득 머금고
고스란히 한 송이 꽃이 되어
소복히 피어났던 그 시절보다
더 그윽한 향기로 한 장씩 한 장씩 되살아난다네
말린 꽃잎 속에
저토록 정갈한 가을향이 숨어 있을 줄이야
고운 물색으로 몸을 풀어
가슴 속까지 정화시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볼품없이 쪼그라들어서
본연의 모습을 알 수 없었다네
찻물에 띄우니
꽃잎 하나하나 모두 살아나
소담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도 그렇다네
초라한 외모에 꾸밀 줄도 모르지
그뿐이겠는가
무심한듯 사랑을 꽁꽁 얼려버린다네
뒤늦은 이 계절 그대를 만나고서야
얼어붙은 심장을 녹일 수 있었다네
그리움의 아픔은 향기 속에 저며두고
어설프고 서툴렀던 마음에
사랑이 물든 가을을 오롯이 담아
저 국화차의 꽃잎처럼
다시 꽃 피우고 있다네
아마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한 송이의 꽃으로
그 만의 향기 있는 여인으로
사랑하는 그의 사람으로 온전히 설 수 있을 걸세
기다려 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