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1 | 5차 항암
1차는 경험해 보지 못해서 많이 두려웠고, 2차는 아는 고통이라 맞이하기힘들었고 버거웠다. 3차도 고통의 깊이는 2차와 비슷했다. 두 달 가까이 방사선 치료를하고 다시 시작한 4차는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지 또는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5차 항암이 지난주에 끝났다. 4차보다 힘들었다. 4차의 장점들인 통원치료, 소독약 냄새 안나는 식염수 사용 등 노하우를 총 동원해서 오히려 편할꺼라 생각된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4차때 항암약이 몸에서 덜 빠졌는지 (1~3차는 병실 부족으로 몇일씩 일정이 연기되었지만, 이번에는 연기없이 정확히 3주 간격으로 투약 시작함) 몸이 더 힘들게 느껴진 듯 하다. 딸꾹질과 오심도 4차때보다 더 많았다. 아래 그래프는 내가 느낀 항암 난이도이다.
3일간의 낮병동은 비교적 잘 보냈다. 하지만,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음식을 먹기 힘들었고, 어지럼증과 구토가 동반되었다. 음식이 들어가면 오심이 올라왔고, 입안에서는 지글지글한 느낌이 강하게 발생했다. 2일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냈고, 가급적 공복을 유지하면서, 구토와 어지럼증을 항오심제와 딸꾹질약으로 최대한 눌렀다. 어려웠지만 이 시간만 잘 버티면, 컨디션이 좋아질 것을 알기에 버틸 수 있었다. 짧고도 긴 48시간이 지나고, 약이 몸에서 서서히 빠지면서 입맛도 천천히 돌아오고, 컨디션도 조금씩 좋아졌다. 밤낮으로 옆으로 누워서 잠만 잤더니, 어깨랑 허리가 많이 아팠고 정신도 몽롱했었다. 48시간이 되어갈 쯔음 자주가는 일본라멘을 먹은 기점으로 입맛이 좋아졌는데, 그 매운 돼지육수 맛이 그렇게나 고마웠다. 땀을 흠뻑 흘리면서 바닥까지 다 긁어 먹고나니 기력이 돌아왔다.
심장 보호제
이번에는 처음으로 심장 부작용을 방지하는 약, Cardioxane, 도 처방받았다. 4차 시작하기 전, 우연히 알게된 사실인데, 어떤 분께 항암 후 심부전증이 발생했다고 이야기를 들었고, 담당 교수님께 문의했더니 이를 예뱡하는 약이 있고 비보험으로 30만원 정도 추가될 거라 하셨다. 일반적인 경우는 쓰지 않지만 (나의 경우 심장이 튼튼하다 하셨다) 원하는 경우 투약가능하다 하셨다. 4차때는 알고도 skip했는데,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이 간혹가다 불 규칙적하게 뛰는듯 하여, 이번에 5차부터 투약을 의뢰하였다. 낮병동이 모두 끝나고, 청구내역을 보니 의료보험으로 커버가 된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맞았으면 좋았을 듯 하다.
이에, 낮병동 하루 루틴에 카디옥산이 추가되었고, 치료가 30분 늘어났다. 자잘한 치료는 생략하고 크게는 아래와 같이 하루를 보냈다.
8시반 - 스테로이드제 30분 투여
9시 - 카디옥산 (심장보호제) 30분 투여
9시반 - 아드레이마이산 (항암제) 30분 투여
10시 - 이포스마이드 (항암제) 1시간과 1차 메스나 (방광 해독제) 30분 투여
14시 - 2차 메스나 (방광 해독제) 30분 투여
18시 - 3차 메스나 (방광 해독제) 30분 투여
친해진 간호사님들
항암 낮병동은 5층과 10층에 나눠져 있다. 5층은 원래부터 낮병동이였고, 10층은 기존의 항암병동 중에서 5인실 2개를 낮병동으로 바꾸어 운영하는 곳이다. 넘치는 낮병동 환자들을 5층에서 모두 수용하지 못해 임시로 운영하는 듯 보인다. 5층은 낮병동 전문 간호사님들이, 10층은 항암병동 전문 간호사님들이 치료해 주신다. 느끼기에 10층 간호사님들이 훨씬 친절했는데, 이유는 원래부터 입원 병동에 근무하셔서 그런지 보다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으셨다. 어찌되었건, 나의 경우, 3일 내내 온종일 맞는 환자이다보니 10층 낮병동으로 보내졌고, 같은 간호사님들을 반복해서 뵙게 되는데 그분들과 친해졌다. 확실히 친해지면 치료받기가 훨씬 수월하다. 6차때에도 같은 병동으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으니 친해진 간호사님들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겠다 싶다.
4차때의 치통
4차의 에피소드에 쓰지 못했지만, 4차때는 치통으로 극심히 아팠다. 4차를 마친 후 1주일쯤 지났을까 입맛이 제대로 돌아오는 시점에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이가 불편해 왔고, 치과로 갈지 응급실에 갈지 고민하다가 제법 큰 치과로 급하게 다녀왔다. 1차로 받은 진통제는 잘 듣지 않아서, 2일뒤 보다 쌘 항생제로 처방받았다. 치통이 있는 부분이 퉁퉁 부어서 올랐다. 두번째 방문에서 치과 선생님께서는 ‘오늘밤까지 가라않지 않으면 수술로 농을 빼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다행히 그날밤 항생제 킥이 왔고, 치통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4차항암 전에 치과에서 이빨을 다 점검하여 문제가 없었었음에도, 항암약으로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다보니 아주 작은 감염으로 치통이 왔나 보다.
5차때에는 이 이빨이 다시 아파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불안불안하게 이 이빨이 얼얼한 상태이다.
백혈구 촉진제
백혈구 촉진제는 냉장보관해야 하며, 퇴원 후 24시간이 지나 맞아야 한다. 4차때 백혈구 촉진제 관리를 잘 못해서 냉장보관을 못했고 병원에 문의하여 상온 48시간내에는 맞아도 된다고 했다. 동네 내과가서 맞긴했는데 그 효과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치통이 왔었을까? 5차에는 촉진제를 철저히 관리했고, 정확히 맞았다. 퇴원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